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건강에 취약한 노인 및 중환자 가족을 둔 이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면역력이 약화돼 집단감염에 취약하고, 특히 요양병원에 모신 경우 직접 건강을 확인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입원이나 수술이 연기될까봐 발을 동동 구르는 일반 환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체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 가족들은 최근 요양병원 사망자가 잇따르는 상황을 보며 매일 가슴을 졸이고 있다. 경기도 안성의 한 요양원에 80대 조모를 모시고 있는 황모(26)씨는 “노인들이 적적해하시는 탓에 대개 1인실보다 5~6인이 함께 쓰는 다인실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 전담보호사가 있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노래자랑 같은 행사를 하거나 로비에서 다 함께 TV를 시청하는 등 노인들이 자주 모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일절 하지 않는다지만 아무래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설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 탓에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지난해부터 울산의 한 요양원에 80대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안모(61)씨는 서너달째 어머니를 직접 만나지 못한 채 매주 전화로만 안부를 묻고 있다. 안씨는 “요양원 측에서는 직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매주 받고 손 소독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킨다고 안내하지만 어머니가 어떤 상황에 계신지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머니가 초기 치매를 앓고 계신 탓에 누가 식사를 갖다주는지도 잘 기억을 못하실 터라, 혹시나 감염되더라도 누구와 접촉해 감염된 건지 찾아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노인들 중에도 거동과 평상시 생활에 보살핌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아 가족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달부터 홀로 지내는 부산의 80대 어머니를 위해 요양보호사 방문 서비스를 신청한 김모(59·여)씨는 “최근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접촉을 최소화했으면 하지만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는 병원 검진도 못 가는 탓에 요양보호사 방문을 더 줄이기는 어려웠다”며 “당초 요양보호사의 주 5회 방문을 고려했으나 그나마 주 3회로 줄였다”고 했다.
일반 환자들도 진료나 입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지난 10월 아이를 출산한 윤모(30·여)씨는 “최근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오른 적 있는데 대형병원은 일반 병실도 부족하고 진료 대기시간이 부쩍 길어졌다는 얘기를 들어 가기가 망설여졌다”며 “이제 아파도 병원도 마음 편하게 못 가게 됐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코로나 검사 후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 10시간째 대기하고 있다”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