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전날인 22일 오후 국회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을 일방적으로 방문했다가 면담을 거절당했다. 정의당과 유가족이 방문을 거절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사과를 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단 세 문장에 그친 ‘3줄 사과’로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변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무리한 행보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에서는 “사과하는 사진을 찍으러 온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가족들이 원치 않아서 여러 경로로 거절했다고 아는데 그대로 왔다. 굉장히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과가 아니라 체면치레를 하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농성하시는 분들이 12일째 농성하고 계셔서 매우 지치고 힘든 상황이다.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지지 방문도 가급적 줄이고 있다”면서 “그래서 오지 말라는 데도 이렇게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온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의 설명대로 국회 농성장 앞에는 ‘현재 단식농성자들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는 설명과 함께 ‘단식농성자들과 접촉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변 후보자는 앞서 유선상으로 거절 의사를 받은 데 이어 이 같은 안내 문구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에게 접촉을 시도하다 거절당했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산재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고, 유가족들은 “우리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다. 구의역 김군에게 사과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변 후보자는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피해자 김군) 걔만 조금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막말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18일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고 “4년 전 SH 사장 재직 시 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며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설명 대신, 사과문이 단 세 문장으로 구성돼 ‘3줄 사과’라는 지적을 받았다.
변 후보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당시 구의역에서 숨졌던 김군이 일했던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 및 청년·노동 단체들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변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선재 지회장은 변 후보자가 여론에 떠밀려 내놓은 사과를 비판했다. 임 지회장은 “변 후보자는 다른 취지로 한 말이라며 억울해 할지 모르겠지만, 저 몇 마디에 변 후보자의 노동에 대한 입장과 철학이 충분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며 “변 후보자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곳곳이 ‘구의역’이고 ‘2016년 5월 28일’에서 한 발짝도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 후보자는 21일에는 임 지회장에게 만남을 요청했지만, “김군에게 직접 사과하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사퇴하라”는 답을 받았다.
김판 이현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