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유럽연합(EU)도 21일(현지시간) 미국에 이어 긴급 사용을 허가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인 27일부터 EU 27개 회원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최고경영자(CEO)는 화이자 백신이 영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변종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럽의약청(EMA)은 이날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토한 결과 95% 이상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신 접종은 16세가 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조건부 판매 권고를 내렸다. 예정보다 일주일 정도 빨라진 것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EMA의 조건부 판매 권고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화이자 백신에 대한 최종 승인 결정을 내렸다.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부터 EU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27개 회원국 전체 인구의 70%까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U 회원국 인구는 4억4800만명에 달한다. 최전선 의료 종사자와 고령자, 요양원 거주자 등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일반 대중이 접종을 받으려면 최소 내년 1분기 말은 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EU는 현재 화이자·바이오엔테크로부터 백신 2억회 투여분을 구매했고, 추가 1억회 분 구매를 선택할 수 있는 계약도 완료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자체적으로 입수한 EU 내부 자료를 토대로 EU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측에 백신 1회분 당 15.50유로(약 2만원)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CEO는 이날 EU 집행위의 백신 사용 승인 직후 가진 독일 빌트TV와의 인터뷰에서 낙관적 전망을 펼쳤다. 사힌 CEO는 영국을 중심으로 감염력이 70% 정도 높은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백신은 영국발 변종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변종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과 같다.
앞서 EMA도 코로나19 백신이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산하 코로나19 백신개발 프로그램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는 몬세프 슬라위 박사도 “승인된 백신들이 변종에 효과가 없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