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료계 ‘비상사태’ 선언… 스가 총리는 “아직 아니다”

입력 2020-12-22 17:29 수정 2020-12-22 17:42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5일 오후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관계자로부터 자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 등 의료진으로 구성된 9개 의료단체들이 21일 ‘의료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팬데믹으로 붕괴 위기에 놓인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 등 주요 정치인들은 망년회 등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에 휩싸였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개 의료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사람들은 코로나19 치료는커녕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받지 못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정부는 대중에 현 상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추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성명에는 일본 의사와 간호사, 치과의사, 약사, 병원협회 등 사실상 의료계 종사자를 대표하는 단체 대부분이 참여했다.

의료단체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비상사태가 아니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도쿄방송 ‘뉴스23’에 출연해 “정부 의료 자문단과의 대화 결과 아직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그 외) 식당과 술집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겠다”고 전했다. 사실상 의료단체들의 비상사태 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일본은 이날 기준 20만명 이상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스가 총리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은 연말 술자리를 가지며 방역 수칙을 어긴 것이 드러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는 여행과 모임을 자제하라고 요청해놓고 정작 본인들은 연말 사교 모임을 즐겼다는 비판이다.

스가 총리는 지난 14일 도쿄 긴자의 고급 스테이크 음식점에서 기업인 15명과 망년회를 가진 사실이 밝혀져 비판을 받았다. 특히 정부가 지난 11일 연말연시 망년회, 신년회와 관련해 ‘5인 이상 모임을 가지지 말아달라’고 강조한 만큼 스가 총리는 자신이 제시한 방역 수칙을 정면으로 어긴 셈이다.

계속되는 비판에 스가는 결국 이틀 만에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사과했지만 이번엔 자민당 지방의회 의원들이 사적인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적발돼 또다시 비난이 일었다.

2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이치현 니시오시 의회 소속 의원 14명은 지난 18일 시내 여관에서 음주 간담회를 열었다. 자민당을 중심으로 원내에서 함께 활동하는 ‘시민 클럽’ 멤버들이었다. 이 술자리에는 여성 접객원도 3명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바야시 도시아키 시민 클럽 회장은 이날 니시오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