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 검증보다는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를 비롯한 정부의 K-방역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은 일부 국가에 비해 늦어진 백신 구매 상황을 부각한 반면 여당은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
권 후보자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4400만 명분의 백신 확보가 완료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맞다”고 답변하면서도 “아직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이 됐고 12월 중에는 두 군데 계약이 되고 1월 중 나머지 계약이 되면 그때 소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2000만 명분에 대한 구매 계약은 체결됐지만 나머지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앞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해 4개 제약사로부터 4400만 명분의 백신을 구매하기로 하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후보자는 “우리는 백신 4400만 명분을 확보해서 다음 유행 전까지 우선 접종 대상자를 중심으로 접종을 해 면역이 60% 이상 발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계획대로 순차적으로 접종하면 4차 유행이 왔을 때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못한 데 대해선 “세계 어느 나라도 제약기업, 백신개발 회사와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비밀유지 준수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과거 신종플루 백신 과다 공급에 따른 폐기로 방역당국이 질타를 받은 것과 관련해선 백신 구매 시 면책을 할 수 있는 입법 필요성도 제기했다.
권 후보자는 “WHO(세계보건기구) 등에서 한국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K-방역 성과를 평가했다.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코로나19 전수 검사 방안에 대해선 “신속진단키트는 자가진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에 나와 있지 않고 허가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백신 확보 지연에 따른 방역 실패 문제를 캐물었다. 강기윤 의원은 “K-방역을 자랑하면 안 된다. 방역의 끝은 백신”이라며 백신 확보를 촉구했다. 이종성 의원은 “백신을 언제 맞을 수 있는 것이냐는 국민들의 궁금증을 왜 풀어주지 못하느냐”고 따졌다. 김미애 의원은 “백신 확보의 의미는 확실히 보증하거나 소유한 것 아니냐”면서 백신 계약 공개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트북에 ‘백신이 먼저다’라는 표어를 붙인 채 질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불안감 조장하지 말라”면서 떼어 달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K-방역 실패론을 지적하는 야당을 향해 “정쟁을 통해 정부를 흔들려는 불필요한 음모론”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수, 중증환자 사망률,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할 때 K-방역이 성공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김성주 의원은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려면 방역·백신·치료제, 삼위일체가 필요한데 백신 만능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현영 의원은 “야당은 ‘코로나 백신’ 정치를 중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석 의원은 “백신을 확보했다면 야당이나 보수언론은 국민을 실험실 마루타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