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취재하다 사랑에 빠져” 美기자 사표내고 이혼까지

입력 2020-12-22 15:22
전직 블룸버그통신 기자 크리스티 스마이드(왼쪽)와 제약업자 마틴 쉬크렐리.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범죄자를 취재하다 사랑에 빠져 약혼까지 한 기자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패션잡지 엘르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이 취재하던 사기범을 사랑하게 돼 직장을 그만두고 이혼까지 한 전직 블룸버그통신 기자 크리스티 스마이드(37)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스마이드는 2015년 제약회사 튜링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마틴 쉬크렐리(37)의 체포 소식을 특종으로 보도한 뒤 줄곧 쉬크렐리 취재에 매달렸다. 쉬크렐리는 그해 에이즈 치료약 가격을 한알당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무려 55배나 올려 폭리를 취하고, 의회 청문회에서도 비웃는 표정과 말투로 일관해 비난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이와 별개로 증권사기 등 혐의로 2018년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다.

스마이드는 엘르 인터뷰에서 쉬크렐리와의 관계가 어느 순간부터 기자와 취재원 이상으로 발전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쉬크렐리가 구속된 후부터 마음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감옥 면회실에서 첫 키스를 했다고 한다. 스마이드는 “쉬크렐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그 역시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스마이드는 결국 블룸버그통신에 사표를 제출하고 남편과 이혼까지 했다. 쉬크렐리와 결혼을 약속하고 면회, 전화통화, 이메일 등으로 혼전계약서와 추후 갖게 될 아이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쉬크렐리가 올해 초 코로나19를 이유로 석방을 긴급 신청했을 때도 재판부에 서한을 보내 그를 지원했다.

스마이드는 그러나 자신의 엘르 인터뷰가 나간다는 사실을 쉬크렐리가 알게 된 후 연락이 끊겼다고 고백했다. 쉬크렐리와 마지막으로 만난 게 지난 2월이었고 여름 이후에는 전화로도 연락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쉬크렐리 측은 엘르에 입장문을 보내 “스마이드가 앞으로 하는 일들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으나, 스마이드는 쉬크렐리의 형이 끝나는 2023년까지 그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사연은 미국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마이드는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사연을 공개하게 돼서 다행”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속에만 담아두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