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과 비슷해”… 재미교포의 화이자 백신 접종 후기

입력 2020-12-22 12:12
미국 미주리주 미주리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박재석 목사가 현지시각으로 지난 16일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목사가 든 피켓에는 '나는 과정을 믿는다'라는 자필 문구가 적혀 있다. 박재석 목사 제공.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을 때 첫 느낌은 일반 독감 예방 주사와 비슷했어요.”

현지시각으로 지난 16일 오후 2시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미주리대학병원에서 다국적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마친 재미교포 박재석(49) 목사는 병원 로고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 목사는 ‘백신 (임상) 과정을 믿는다’는 손팻말을 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2018년 8월부터 이 병원 원목실에서 근무하며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박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3개월간 거의 매일 한 명씩 병원에서 코로나19로 희생되는 환자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그들의 죽음이 그저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며 “지칠 대로 지쳐가는 내 자신을 볼 때마다 두려움이 몰려왔고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1차 백신 접종 대상은 박 목사와 같은 원목을 포함한 의료진과 물리치료사, 환자 이송팀, 식당 근로자 및 청소 노동자 등이다. 박 목사가 백신 접종 신청 대상자가 됐다는 소식에 가족과 지인들은 백신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백신 접종은 의무사항이 아니라 신청자에 한해 이뤄지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 목사는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화이자 백신 접종 전 나눠주는 설명서의 첫 번째 페이지. 총 6페이지로 이뤄진 설명서에는 코로나의 개념, 백신 부작용 등이 상세히 적혀있다. 박재석 목사 제공.

백신 접종 당시 박 목사의 첫 느낌은 일반 독감 백신 주사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사를 맞은 뒤 30분 정도 후에 안면 마비나 어지럼증 등 알레르기 반응을 체크했지만 다행히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접종에 앞서 그에게 전달된 6장의 ‘백신 설명서’에는 백신의 부작용과 응급상황 발생 시 보상 내용 등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박 목사는 접종 당일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오전 4시쯤 일어났다. 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에서 욱신거림을 느꼈지만 24시간 정도가 지나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잊힐 정도로 경미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발열이나 오한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박재석 목사가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매일 건강 상태 체크를 하고 있는 '브이세이프 앱' 화면 모습. 접종자의 상태는 방역 당국에 전송된다. 박재석 목사 제공.

박 목사는 “미국에서 2만명 넘게 임상시험 과정에서 백신을 맞았다는데 여러가지 작은 부작용은 있었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었다는 보고를 확인했다”며 “임상 시험자 중엔 다양성 확보를 위해 아시아인들도 포함했기 때문에 더 안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백신을 맞은 직후부터 박 목사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배포한 ‘브이-세이프(V-Safe)’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몸 상태를 체크하고 기록하고 있다. 발열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업무에 지장이 없는지 등을 적으면 현지 방역 당국으로 정보가 전송된다. 접종자 상태를 관리하면서 백신의 효과를 계속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박 목사가 ‘백신 접종 1순위’가 될 수 있던 이유는 그 역시 의료진과 함께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매일 4시간 넘게 어린이·여성 병동과 일반 중환자실을 오가며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일하고 있다. 방역 장비를 착용하고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있는 병실에 들어가 함께 기도 하거나 상담한다. 화상채팅앱 ‘줌(ZOOM)’으로 환자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연결해 주는 것도 그의 업무다.

박재석 목사가 화상채팅앱을 통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가족을 영상통화로 연결해주고 있다. 박재석 목사 제공.

박 목사가 지난 3월부터 겪어온 코로나19 사태는 악몽과도 같았다. 미국 동부 뿐만 아니라 중부지역에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병원의 코로나19 전용 중환자실은 2배로 늘어났다. 지난 10월부터는 매일 사망자가 속출했다. 환자의 직계가족 2명과 함께 중환자실에 들어가 숨을 거둔 고인 앞에서 추모 기도를 올리는 일은 박 목사로서도 감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최근에는 기저질환이 있는 6개월 된 아이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아내와 두 자녀를 둔 박 목사는 가족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집에서 독방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박 목사는 현재 다음달 6일로 예정된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약간의 간격을 두고 두 번 맞아야 모든 접종이 완료된다. 그는 “2차는 1차 때보다 오한이나 발열, 근육통 등 부작용이 더 심하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지만 두렵지 않다”며 “건강한 사람들이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걸 빨리 증명해야 내 가족이 더 안전한 백신을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