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축구 K리그 최초로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왕가’ 전북 현대의 신임 감독 자리를 김상식(44) 수석코치가 이어받았다. 오랜 기간 코치 자리에서 팀의 철학과 코칭 방법을 익혀왔기에 무리없이 전북을 이끌어갈 것이란 평가도 있지만, 성적 압박이 심한 전북을 감독 경력 시작부터 맡아 지도하기엔 쉽지 않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전북 구단은 22일 김상식 전 수석코치를 구단의 6번째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은 “전북은 나의 팀”이라면서 “감독으로서의 위치가 아닌 전북 팀원의 한 사람으로서 팀이 발전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북 구단은 “선수단 지휘와 경기 운영 능력이 탁월하고 팀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구현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구단은 23일 온라인으로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김 감독은 2009년 전북에 선수로 입단해 2013년까지 뛰며 이동국 등과 함께 창단 첫 리그 우승 등 도약을 함께한 ‘레전드’ 출신이다. 선수 시절 미드필더로서 국가대표팀에서도 지능적인 수비와 깔끔한 패스, 경기운영 능력으로 명성이 높아 ‘식사마’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은사 최강희 감독을 보좌하며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 최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CSL)로 떠난 뒤에도 주제 모라이스 감독의 옆에서 선수단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 전북이 계속해서 리그 최강자로 군림하도록 했다.
전북 관계자는 “구단 최초 외국인 감독이던 모라이스 감독을 2년 동안 보좌해 연속 우승까지 일궈낸 데 대해 구단이 김 감독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강희 감독이 중국으로 갔을 당시 코치였던 김 감독도 함께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본인이 고사해 전북 구단에 남았다”면서 “구단에 대한 애정이 워낙 크고 또 전북에서 감독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더블(2관왕)’을 이뤄낸 모라이스 감독이 떠난 상황에서 김 감독이 해야 할 일은 많다. 이번 시즌 우승 주축인 리그 최우수선수(MVP) 손준호를 해외 구단들이 욕심을 낼 게 당연한지라 대체할 자원도 생각해놔야 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손준호의 공백을 메운 신형민은 이번 자유계약(FA) 시장에 풀려있다. 전북은 올 시즌 갑작스레 대표팀 풀백 김진수가 떠난 공백을 베테랑 최철순과 대표팀 데뷔한 이주용으로 메웠지만 아직 불안하다. 현대가(家) 맞수 울산 현대가 ACL 우승 여세를 몰아 추격에 열을 올릴 것도 생각해야 한다.
전북 관계자는 “아직 손준호를 향한 공식 이적제의는 없다”면서 “이적시장 활동은 이제 시작이지 않을까 한다. 시즌이 늦게 끝나기도 했고 자가격리 등으로 일정이 평소보다 늦춰졌다”고 말했다. 전북 선수단은 다음달 11일부터 경남 남해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