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갈등을 빚다 관리소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입주자 대표가 첫 재판에서 계획 범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22일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상우) 심리로 첫 재판이 열렸다.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 A씨(63)는 짙은 녹색의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낀 채 법정에 나와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을 받았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흉기로 피해자를 찌른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계획적인 살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흉기를 들고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찾아갔으나 처음부터 살해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이 매달 받던 활동비 18만원을 더 올려 달라고 피해자에게 요구했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는데 거절당하기도 했다”며 “평소에도 피해자가 무시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흉기를 미리 준비해 피해자가 혼자 있을 때 관리사무소에 찾아갔다”며 “범행 직전 평소 다니던 병원에 들러 2개월 치 고혈압 약을 처방받고 간호사에게 작별 인사를 한 점 등을 토대로 (향후 재판에서) 계획 살인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검찰 수사보고서와 간호사 진술 조서 등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검찰은 해당 간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0월 28일 오전 10시쯤 인천시 서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관리소장 B씨(53·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평소 아파트 관리비 사용 문제와 관련한 의혹을 종종 제기했고 B씨와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면서 외부 기관에 회계감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에서 “(도급 서류 등에) 도장을 찍었다가 잘못되면 돈을 갚아줘야 하는 등 책임을 지게 될 게 두려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가족과 주택관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사건 발생 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벌과 강력한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유가족 측은 “입주민의 관리비를 지키기 위해 관리사무소장으로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다 참변을 당했다”며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주택관리사의 정당한 업무 집행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공동주택 일부 구성원의 잘못된 인식이 빚어낸 만행”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