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합숙·확진자 응시불가…변호사시험 강행 논란

입력 2020-12-22 10:56 수정 2020-12-22 11:44

법무부가 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서도 다음 달 5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변호사시험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수험생들은 확진자의 응시기회 박탈, 부실한 방역대책, 5일간의 합숙 등 시행지침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0일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공지에 따르면 확진자는 시험을 볼 수 없고, 시험 이틀 전인 3일 이후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수험생도 응시 기회를 박탈당한다. 또 시험 도중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채점 없이 탈락 처리된다.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시험은 5번만 응시 가능…만약 5번째 응시생이 확진자라면?
로스쿨 학생들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시험 응시를 제한한 지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오탈제’가 적용되는 변호사 시험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응시 가능 횟수가 줄어든다. 만약 5번째 응시를 앞둔 수험생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시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해 변호사가 될 수 없다.

공지에 따르면 시험 이틀 전인 1월 3일 오후 6시까지 자가격리자임을 법무부에 알린 수험생은 별도의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자가격리 통보를 받게 된 수험생은 시험을 볼 수 없다. 같은 자가격리자 사이에서도 통보 시점에 따라 응시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로스쿨생 A씨(29)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 사이에서 코로나 감염에 대한 공포심이 엄청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험 당일 열이 나도 그냥 해열제 먹고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도 많다. 왜 하필 이렇게 환자가 많이 나올 때 시험이 열리는지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법조계에서는 꾸준히 성명서를 내 로스쿨생들의 응시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같이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에게도 동등한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5일간의 합숙시험, 괜찮을까?
이번 변호사 시험은 1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치러지며, 총 3497명이 응시할 예정이다. 수험생들은 휴식일인 7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8시2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시험에 응시한다. ‘합숙시험’이라는 특성상 수험생 간의 밀접 접촉으로 인한 감염 우려가 크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장시간의 시험시간, 고사장 내에서의 점심 식사 등의 문제가 거론되며 방역에 허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또한 다른 학생이 썼던 법전을 별다른 소독 없이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이들의 감염 불안감을 높였다.

이에 법무부는 특별한 추가 지침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기존에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시험실 환기를 위해 매 시험 시작 후 1시간 동안 시험실 출입문을 개방하고 시험을 진행한다” “시험장 입장 시 손소독제로 손을 소독하고 발열 검사를 받아야 하며, 시험장 내에서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한다” 등의 기본적인 수칙을 고수하고 있다. 여러 수험생의 손을 타는 법전에 대해서 법무부 관계자는 MBN에 “법전에 대한 소독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스쿨생 B씨(27)는 “방역지침에 구체성이란 찾을 수 없다. 같은 고사장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감독관이 확진자인 경우 등 여러 상황에 대한 시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온종일 다 같이 앉아 있는데 시험 시작할 때 창문 1시간 열어두는 게 대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험생들의 불만과 불안은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고대로 시험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등 앞으로의 정부 방침에 따라 시행 지침이 수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