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의 피카소’ 오스왈도 과야사민 첫 개인전

입력 2020-12-22 10:44
“나는 신발이 없다고 많이 울었다. 발이 없는 소년을 만날 때까지.”

이렇게 말하며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정치,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노동자, 원주민, 빈민, 흑인 등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불의를 고발한 화가가 있다. ‘에콰도르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오스왈도 과야사민(1919∼1999)이다. 과야사민의 작품 세계가 서울 은평구 진관1로 사비나미술관에서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고 있다.
'펜타곤에서의 회의I~V ', 캔버스에 유채, 각 179x179cm, 1970년. 사비나미술관 제공

그의 작품 주제는 얼핏 한국의 민중미술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표현 형식에서는 민중미술의 사실주의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그는 초기 30대까지는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고통 받는 현실을 애조 띤 표현주의적 화풍으로 구사했다. 그러다 40∼50대의 전성기 때부터는 입체파 형식을 차용했다. 자국의 문제를 넘어 독일 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칠레와 아르헨티나 독재 등 인간을 향한 인간의 폭력으로 얼룩졌던 20세기 정치사에 대한 분노를 피카소를 연상시키는 다시점과 해체적 인물 군상을 통해 표현했던 것이다. 그래서 ‘라틴 아메리카의 피카소’라는 별칭이 따른다. 195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1등 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월 에콰도르 수도 키토 국립센트랄대학교에 세종학당이 문을 여는 등 양국 간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명옥 관장은 “그의 모든 작품은 에콰도르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정부 승인이 없이는 해외 반출이 불가능하다”며 “전시 과정에서 에콰도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1월 22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