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상속세 ‘11조원+α’… 이재용, 시나리오는?

입력 2020-12-22 09:38 수정 2020-12-22 11:1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 재산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최소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에 대한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 조달 문제까지 겹치면서 삼성 일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크든 작든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월 말 공시된 이 회장의 지분율(삼성전자 4.18%, 삼성물산 17.33%, 삼성생명 0.06%, 삼성SDS 9.2%, 삼성화재 0.09%)을 반영하면 주식 상속가액은 총 18조9000억원이다. 상속세율 60%를 적용한 현행 상속세법령에 따라 이 회장의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11조원을 약간 웃돈다.

◆5년간 연부연납·배당 확대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법정상속 지분은 배우자가 4.5분의 1.5, 자녀가 각각 4.5분의 1이다.

다만 삼성그룹 승계와 추후 상속세 이중 납부 등을 고려해 홍 여사가 아닌 이 부회장 등 자녀들이 지분을 많이 상속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일단 유족들은 상속세를 최대 5년간 분할납부(연부연납)하는 방식을 택할 전망이다. 연부연납은 신고·납부 때 ‘6분의 1’ 금액을 내고 연이자 1.8%를 적용해 나머지를 5년간 분할납부하는 방식이다.

상속세 재원은 일차적으로 계열사의 배당을 확대해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3개년 배당정책이 올해로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 1월에 새로운 배당 규모와 추가 환원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는 “획기적인 배당 정책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SDS 등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 방안 고려

그럼에도 부족한 상속세 조달을 위해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매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속세를 배당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20.76%)이나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9.2%)을 매각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SDS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22.58%, 17.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순환 구조를 통한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

특히 삼성SDS는 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있고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우려 요인도 있었던 만큼 가장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삼성생명 지분은 배당 확대 등을 감안해 보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뉴시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증여할 수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지키면서 유족들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증여받는 방식도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증여해 9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회사가 내게 하는 것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3%)인 만큼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물납 가능성 작아…보험업법 개정안 변수

일각에서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물납’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상속세법에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유가증권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분이 금지된 경우가 아니면 물납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면 그만큼 상속세가 줄어들지만, 지배구조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역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 이서현 사장 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일단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 여부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유지와 지배구조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5.5%가량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