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문준용 받은 예술지원금 84%는 한 푼도 못받아”

입력 2020-12-22 05:58 수정 2020-12-22 10:59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38)씨가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 지원금 1400만원을 받은 걸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신청 281건 중 46건만 선정돼 84%의 피해 예술인들은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준용씨, 코로나 피해 지원금은 반납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장남이 코로나 피해자로 지원금을 신청해 14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정상적인 심사결과에 따른 수령이라 하더라도 지금 이 판국에 적절한 처신이냐, 심사과정과 결과가 기준과 절차 면에서 합당했느냐”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이미 국민께서 온종일 분통을 터뜨리고 있으니 두 번째 문제를 짚어보자”고 한 이 전 의원은 “서울시 측의 지급 사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세 번의 전시회 취소, 사업의 적정성 및 타당성을 근거로 선정됐다. 정량적인 사실보다는 정성적인 피해를 중심으로 소명을 받은 것’이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정량적 사실보다 정성적 피해를 중시했다는 서울시 측 답변은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며 “통상적으로 객관적 데이터로 설명하기 어려운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됐을 경우 내놓는 답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 피해 예술인 지원은 예술 분야 특성이 끼니 잇기도 어려운 예술인들이 많다는 점과 코로나 타격이 큰 분야라는 점을 감안해 국민 혈세를 긴급 투입한 것”이라며 “문준용씨가 선정된 시각 분야만 하더라도 신청 281건 중 46건만 선정되어 84%의 피해예술인들이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건당 지원금액도 600만~1400만원인데 문준용씨는 최고액인 1400만원을 지급받았다. 서울시 측은 과연 문준용씨 선정이 절차와 기준면에서 합당했느냐는 국민적 의혹해소를 위해 다음을 분명히 밝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아트 작가 준용씨는 지난 17일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14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준용씨는 지난 4월 계획했던 전시 3건이 취소돼 손해가 크다며 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서울문화재단 측은 21일 “추경 예산 45억원을 활용해 총 254건의 예술단체(인)를 선정해 긴급지원금을 지원했는데 문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해명했다. 또 “가난이나 생계 곤란이 아니라 예술 활동이 정지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지원 사업”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3번의 전시회 취소, 사업의 적정성 및 타당성을 근거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준용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과 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21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지원금은 작가에게 수익으로 주는 돈이 아니라 작가가 전시·작품 제작에 사용하는 돈”이라며 “코로나로 피해를 본 예술산업 전반에 지원금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취지로 처음부터 사용 규칙을 정하고, 계획을 상세하게 제시받아 적절성을 심사해 저를 (지원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지원금은 별도 통장에 넣어 작가가 손대지 못하게 하고 영수증 검사도 철저히 한다. 일부 소액은 작가 인건비로 집행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심각한 가운데 개인 전시회를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술 전시회가 무슨 파티 같은 곳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시회는 작품을 파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준용씨는 “코로나 시국이라 사람들이 보러 오지 않으니 팔릴 리가 없다. 방역 지침 때문에 몇 명 이상 들어오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왜 열었을까”라고 반문한 뒤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고 그거라도 해야겠으니 혹여 한 점이라도 팔아보려는 거다”고 말했다. 그는 “비디오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놓으면 다음에라도 팔리겠지 하는 거다. 이 시국에 전시회 하지 말라는 건 예술가들 모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만 있으란 거냐”면서 “아무도 초대하지도 못했다. 계약해 놓아서 취소할 수도 없다. 만약 3단계 시행되면 바로 문 닫을 각오하고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2007년 건국대 시각멀티미디어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파슨스스쿨에서 유학한 준용씨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에서 국제전시를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금호미술관 등의 국공립 미술관에서도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이후 8년 만에 준비한 개인전이다. 중첩된 공간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신작 ‘인사이드(Inside)’와 ‘아웃사이드(Outside)’를 비롯한 미디어아트 5점을 선보인다. 가장 비싼 작품의 가격은 5만 달러(약 5500만원)로 책정돼 있다. 나머지는 600~2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점은 비매품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