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 풀기” 저격당한 설민석… “일부 오류” 결국 사과

입력 2020-12-22 04:01 수정 2020-12-22 10:50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

고고학자로부터 공개적으로 내용 오류를 지적받은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측이 긴 시간 고민 끝에 사과했다.

tvN은 21일 밤늦게 입장을 내고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 시간에 맞춰 압축 편집하다 보니 역사적인 부분은 큰 맥락을 따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있었지만 맥락상 개연성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결과물을 송출했다”며 “불편하셨을 모든 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tvN은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더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향후 다시보기 등에서는 일부 자막과 컴퓨터그래픽 등을 보강해 혼선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설민석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고 있는데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클레오파트라 시대의 배경이 된 장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관련된 정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에 대한 일화 등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많은 이야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곽 소장은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냥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그 두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설민석이 화자로 나선 역사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보 오류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사를 바탕으로 강연해왔기에 대중적으로 회자할 만한 큰 오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본인의 주 전공이 아닌 세계사를 주제로 하다 보니 내용 면에서 더 눈에 띄는 경향이 있다.

스타 역사강사 설민석의 이름을 내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전 세계 곳곳을 ‘온택트’로 둘러보며 각 나라 명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를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다.

설민석은 1회에 독일로 떠나 희대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조명하고, 2회에는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수께끼 같은 세계사에 설민석 특유의 입담이 더해져 1회부터 시청률이 5%(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설민석은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쯤부터 온라인에서 한국사 강의를 해와 인터넷 강의 1세대로 불린다. 최근 이투스에서 은퇴를 선언해 방송 활동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