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7일 실질·경상성장률 전망치 수정
연동되는 국가채무비율도 변동 불가피
올해 43.9%→44.2%, 내년 47.3%→47.8%
내년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이 벌써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채무비율이 연말 0.5% 포인트 자연 상승할 예정이다. 돈을 더 쓴 일도 없는데 비율이 오르는 건 연동되는 성장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빚을 더 쓰자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데, 성장 부진까지 겹치면 가만히 있어도 비율이 올라간다는 점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21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와 내년 실질·경상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실질 성장률은 올해 1.0%에서 -1.1%, 내년 3.6%에서 3.2%로 낮췄다. 실질 성장률에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한 경상 성장률도 올해 -0.1%로 기존(0.6%)보다 0.7% 포인트 하향 조정, 내년 또한 4.4%로 기존(4.8%) 대비 0.4%포인트 낮아졌다.
국가채무비율은 국가채무 총량을 경상GDP로 나눈 비율이다. 정부 성장률 전망치가 수정되면 비율도 덩달아 바뀐다. 이달 초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통과 때 발표한 올해와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43.9%와 47.3%다.
하지만 이는 기존 전망치로 계산한 결과다. 새로운 전망치를 대입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4.2%로 0.3% 포인트 증가한다. 내년도 47.8%로 계획보다 0.5% 포인트 오른다. 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재정 준칙 계산에도 대입해 보면 내년 0.98으로 한도(1.0)에 육박해진다.
0.5% 포인트 상승은 적지 않은 숫자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1차 재난지원금 때 0.2% 포인트, 2차 재난지원금은 0.4% 포인트 늘었다. 재난지원금을 한 차례 이상 줄 정도 수준으로 국가채무비율이 자연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내년에도 국가채무비율은 계획 대비 치솟을 전망이다. 올해와 비슷하게 재난지원금과 추가경정예산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연초 3조원 이상 3차 재난지원금을 계획 중이며, 벌써부터 1분기 중 1차 추경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률이 새로운 전망치보다 떨어지는 일이 겹치면 국가채무비율은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상 성장률을 이루는 요소 중 GDP디플레이터의 상승 전환이 그나마 국가채무비율 급상승을 방어하고 있다. GDP디플레이터는 내수와 수출, 수입과 같은 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데 최근 반도체 가격 개선 등으로 올해 2분기(1.2%) 증가세로 돌아섰다. GDP디플레이터가 없었다면 국가채무비율이 더 자연 상승했다는 얘기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