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별세 소식을 전한 ‘강남역 껌 파는 할머니’가 있던 자리에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페이스북 ‘시간 잘 가는 페이지’에는 ‘강남역에서 껌을 팔던 할머니가 한 분 계셨다.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오늘은 그 자리에 추모 편지와 꽃이 쌓여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할머니가 늘 앉아 계시던 강남역 신분당선 환승 통로 계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계단 위에는 할머님 사진을 비롯해 꽃다발, 음료수, 쪽지 등이 놓여 있었다.
한 시민은 “할머니, 그냥 모른 척 외면했던 날이 더 많아 죄송합니다”라며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그곳에선 고생 없이 행복하시고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따뜻한 마음 뒤늦게 전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쪽지를 적었다.
또 다른 시민은 “할머니 자주 인사드리던 사람”이라며 “현금 있을 때 껌도 사고 간식도 드렸는데 오늘 별세 기사를 봤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 돌아가신 건 아니었을 텐데… 마음이 아파요. 후회돼요. 껌 많이 못 산 거. 이틀 전에도 날이 급 추워져서 따끈한 국물 가져왔었는데 안 계셔서… 그때까지만 해도 어디 괜찮으신가, 왜 안 나오셨나 생각했어요. 제가 갈 때 웃으면서 ‘어어~’ 하던 모습이 그립습니다.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사랑해요. 늘 편히 쉬시고 거기서 행복하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온라인상에서 추모 댓글도 이어졌다. 이들은 “5년 전부터 계속 뵙는데, 갈 때마다 계셨는데 맘 넘 아프다” “강남 출퇴근할 때 껌 많이 사고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 사서 같이 나눠 먹으면서 얘기하다 퇴근하고 이게 내 일상이었는데 속상하다 진짜. 나 안과 갈 때도 걱정 많이 해주셨는데” “이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서 아직 살만한 세상 같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할머니의 별세 소식은 지난 4월 올라온 ‘KBS 제보자들’ 유튜브 채널의 ‘94세 할머니는 왜, 하루 종일 껌을 파나?’라는 영상에 달린 최근 댓글을 통해 알려졌다.
댓글을 단 네티즌은 “같은 건물에 가끔 지나갈 때마다 할머니 인사드렸던 사람”이라며 “오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부자도 아니시며 재산도 없으시고 그저 쓸쓸히 돌아가신 고독하신 노인이셨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짜뉴스와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인 양 욕하는 것을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할머니는 4남매를 키운 어머니로, 자식들에 손을 벌리기 싫어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껌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은 강남에 건물이 있다’ ‘고급 외제차를 타는 것을 봤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강남역 근처 건물 상가 지하방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