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하라의 오빠가 친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구하라를 직접 키운 아버지와 오빠에게 친모보다 더 많은 재산을 상속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현행법상 친모 상속분을 완전히 제한할 수 없어 친모에게도 40%의 상속분이 인정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가정법원 가사2부는 지난 18일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 씨가 친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소송에서 구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구하라의 아버지와 오빠가 전체 재산의 60%를, 친모가 40%를 분할 받는다.
구씨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는 “재판부가 유가족의 기여분을 20%로 정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오빠가 기여분에 따라 재산 20%를 먼저 배분받고, 나머지 80%를 친모와 절반씩 나눠 가지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아버지와 오빠, 친모의 상속분은 총 6:4 비율이 된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숨진 사람이 남긴 재산은 부모가 별다른 제약 없이 절반씩 상속받는다. 그러나 구하라의 오빠는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인연을 끊고 살던 친모에게 상속 자격이 없다며 아버지 동의를 얻어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구씨의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친부가 12년 동안 홀로 양육책임을 다했고 친모가 구하라를 만나려고 시도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법원이 아버지의 기여분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그동안 홀로 자식을 양육했더라도 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주류였다”며 “기여분을 인정한 이번 판단은 ‘구하라 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기존보다 진일보한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법원이 이런 사정을 존중한다고 해도 구하라 법 개정 없이는 자식을 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완전히 상실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구하라 법’ 통과를 위한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구하라 법’의 핵심은 부모나 자식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유산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민법 제1004조에서는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의 경우만 상속 결격 사유로 인정한다. ‘구하라 법’은 여기에 ‘직계존속 또는 비속에 대한 보호나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자 친부는 아들 구호인 씨에게 상속분과 기여분을 양도했다. 그러나 구하라가 9살 때 집을 떠났던 친모가 부동산 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하며 재산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구호인씨는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자녀 재산을 상속할 수 없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 법’의 입법 청원을 올렸다. 그는 승소하면 어린 시절의 동생과 같이 어려운 상황의 아이들을 돕는 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