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의 굴욕… 수익률 밀리는데 배당축소 압박까지

입력 2020-12-21 16:20 수정 2020-12-21 16:31

은행·통신 등 전통적 고배당주들이 예년과 달리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한 채 소외당하는 모습이다. 보통 연말에는 배당을 노린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지만 올해는 코스피 대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장주에 수익률로 밀리는 데다 최근 배당 축소 압력이 커지면서 매력이 크게 반감된 탓으로 분석된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21일 통신서비스업종 주간 분석 보고서에서 “이동통신 3사는 고배당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지난 한 주간 보합 수준”이라며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은 외국인 수급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이 예상하는 종목별 기말 배당금은 SK텔레콤 9000원, KT 1200원, LG유플러스 450원이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이 각각 3.7%, 4.7%, 3.8%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 한 주간 각각 0.2%, 0.4% 하락하며 약보합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각각 113억원, 16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영향이 크다.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도 약했다. KT가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수(각각 125억원, 61억원)에 힙입어 2.6% 올랐지만 통신업종 전체로는 0.3% 상승에 그쳤다.

또 다른 대표 고배당 업종인 은행은 지난주 3.0% 하락하며 코스피 대비 3.1% 포인트 초과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10억원, 135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수급 여건도 크게 나빠졌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이날 은행업종 주간 분석 보고서에서 “12월에는 배당 기대감으로 은행주가 강세를 보 이던 예년의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배당 축소 및 은행업 규제 강화 분위기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그동안 은행권에 배당 자제를 요구해온 금융감독원은 최근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 배당금 비율) 상한을 20%로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배당성향(25~17%)보다 5~7% 포인트 적은 수준이다.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정치권의 대출금리 인하 및 이자 면제 요구 등도 은행주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 연구원은 지난 18일 종가 기준 은행 평균 배당수익률이 5.4%에서 4.9% 안팎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KB
금융 2050원, 신한지주 1550원, 우리금융 530원, 하나금융 1950원(중간배당 500원 포함) 등이다.

그는 “은행 배당이 기대했던 것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아쉽지만 시장의 우려보다는 축소폭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은행주 투자심리가 당장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은행권 규제 요구가 지속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은 “저금리 환경에서 리레이팅(주가수익률 상향)이 이뤄져야 할 배당주가 현재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저금리 환경에서 또 다른 투자 대상인 성장주가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며 자금을 흡수한 탓”이라고 해석했다. 성장주의 수익률이 수십에서 수백%로 높아 10% 미만의 배당수익률을 노리고 접근하는 배당주가 이목을 끌지 못했다는 얘기다.

강 연구원은 “투자 시계를 2021년까지로 넓게 보면 성장주가 저물어갈 때 주식시장에서는 대안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이때 배당주가 다시금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