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팀에도 표준계약서를”…‘제 2 최숙현 사건’ 막는다

입력 2020-12-21 15:55

기업이나 지자체 등 실업팀 운동선수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계약서가 새로 마련된다. 올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소속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촉발된 체육계 인권침해 논란이 발단이다. 최근 정부 조사에서도 전국에서 선수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사례가 수백 건 적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는 직장운동경기부 표준계약서 2종을 마련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선수와 지도자 등 불평등한 계약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한 데 이은 조치다. 문체부 관계자는 “새로 마련될 표준계약서는 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 19일을 즈음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부터 10월 말까지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30개 지방체육회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총 219건 적발됐다. 현행법으로도 실업팀 선수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근로계약서를 작성 않거나 최저임금법 위반, 비정규직 차별을 당하는 등 사례가 허다했다. 또 감독대상 30곳 중 13곳 응답자의 50% 이상이 최근 6개월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프로스포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고 종목별로 표준계약서가 있지만 실업팀은 소속 기업,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에 따라 일하는 환경도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강제가 아닌 권고이기 때문에 잘 준수하는 곳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기존 사업을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표준계약서는 실업팀과 프리랜서용 두 가지다.

지자체 등은 문체부에 계약현황 조사를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가에서 계약서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잘 지키는지 현황을 파악한다는 의미다. 문체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용노동부에 문제 제기가 가능하지만 그 전에 문체부에서 현황을 파악해 문제가 있을 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문체부는 야구 축구 농구(남·여) 배구 5개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 역시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프로스포츠에서 각 구단이 선수에게 징계성으로 임의탈퇴를 남발하는 걸 막는 내용이 중심이다. 현 제도에서 구단이 임의탈퇴를 내리면 해당 선수는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임금을 받을 수도 없다. 여태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는 각 종목 연맹이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왔다. 문체부는 이 내용 역시 2월에 구체적으로 내놓는다. 표준계약서 이외에도 각 연맹은 개정된 법에 따라 임의탈퇴 관련 규정을 수정해야 할 전망이다.

문체부는 두 사안 관련해 22일 더불어민주당 박정·전용기 의원실 주최로 국회 공개토론회를 개최,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프로야구 장성호 해설위원을 비롯해 에이전트로도 일하는 강성주 프로축구 해설위원, 김태훈 남자농구 고양 오리온스 사무국장, 여자농구 정진경 해설위원과 프로배구 변우덕 우리카드 사무국장이 참석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