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 무장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국내에서 번역·판매하다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남겨져 벌금형을 받은 출판사와 출판사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출판사와 그 회사 대표 고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출판사의 전신인 B출판사는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집필한 소설 ‘도쿠카와 이에야스’를 번역해 1975년 4월부터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판했다. 1995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원작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저작권 보호를 받게 된 회복저작물로, 대망은 회복저작물을 번역한 2차적 저작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2005년 A출판사가 기존 ‘대망’의 내용을 수정·증감한 소설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회복저작물인 소설을 무단으로 복제 배포했다는 것이다. A출판사와 고 대표는 원 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들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고 대표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A출판사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5년판은 어휘의 단순 변경, 문장의 단순 분리·결합 등을 통해 사소한 수정을 거친 것이 불과한 것이 아니라 번역자의 창작적 노력에 의해 추가된 표현 등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동일성을 유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고씨 역시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1975년판 대망을 발행, 판매하던 중 예기치 않게 저작권법이 시행돼 피해를 입은 측면이 있다”며 각각 벌금 700만원으로 형량을 감경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2005년 판본이 1975년 판본과 다른 새로운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문장 장단, 등장인물 어투, 어조 및 어감의 조절 등에서 창작적 노력이 나타난 부분이 다수 있지만,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