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는 웹툰 속 여성혐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나섰다. 비판적 관점을 강화한 창작 리터러시 교육과 혐오표현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무엇보다 플랫폼의 책임이 강조됐다.
서울YWCA는 지난 10일 개최된 여성혐오 없는 웹툰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 ‘이 웹툰 나만 불편해?’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토론회에는 웹툰 PD, 웹툰 작가 지망생, 언론방송계 관계자, 일반 시민 등 17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먼저 강유민 서울YWCA 활동가가 네이버 및 카카오의 인기 웹툰 54편의 최신 회차(11월 기준)를 성평등 관점에서 모니터링 한 결과를 발표했다. 성평등한 웹툰은 2회차, 성차별적인 웹툰은 16회차가 발견됐다. 성적 도구화(대상화)의 문제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5건,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드러낸 사례가 4건이었다. 강유민 활동가는 “스토리의 일부로서 폭력을 다룬다고 할지라도 그 맥락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사소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가 웹툰 속 여성혐오의 역사를 짚어보고, 어떻게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와 결합하게 됐는지 분석했다. 그는 “웹툰 속 백래시는 남성중심적인 소년만화의 장르적 관습과 서브컬쳐 커뮤니티 문화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에 대해 반발하고 정치적 윤리적으로 퇴행하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홍난지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웹툰 속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제기는 재인식과 변화에 관한 관심의 중요성을 확인한 계기였다”며 “기술적으로만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관점을 강화한 창작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며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작가와 독자의 행동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부에서는 패널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은 “웹툰에서 폭력을 재현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안되는가”였다. 위 평론가는 “악을 보여주기 위해서 재현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게으른 태도”라며 “재현을 꼭 해야만 한다면 ‘이 재현이 악을 표현하기 위해서 필수적인가’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악행이라고 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웹툰을 좀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홍 위원장은 “강력한 규제는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이고, 규제해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