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더듬고, 화내고… 너무 힘들다” 간호사의 절규

입력 2020-12-21 09:37 수정 2020-12-21 09:42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되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일선 의료 현장의 고충이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환자의 몰지각한 행동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 A씨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상 환자가) 약간은 있다”면서 “(이런 분들 만나면) 진짜 너무 힘들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A씨는 화내는 환자를 비롯해 특혜를 요구하거나 가슴을 더듬는 등 다양한 유형의 진상 환자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슴을 더듬으면서 남자 간호사 진짜 맞느냐고 얘기하는 분도 있고, 여자 간호사 언제 들어오냐고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빵 달라고 해서 드릴 수 없다고 얘기하니까 굶어죽으라는 거냐고 막 화내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선별진료소에서도)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있는데 빨리 나오게 해달라고 하거나 자기 예약돼 있으니까 빨리 해달라고 하고, 추운데 어떻게 기다리냐며 돈 더 줄 테니 내 검사 결과부터 달라고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세균(오른쪽) 국무총리가 16일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음압 병상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방호복을 입는 간호사를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중상자 병상이 부족해지자 일산병원은 총 허가병상 824개 중 270개를 코로나19 감염환자 치료를 위해 전환하며 음압병상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A씨는 “우리 병원은 생활치료센터까지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는데 방에서 탈출해 담배를 피우는 분도 있고 병실을 자꾸 변경해달라고 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진상 환자들을 제지하기 어렵다면서 “전에는 힘들어도 서로 힘내자 으쌰으쌰 이렇게 하고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사라진 상태다. 다들 너무 지쳐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인력 부족 상황에서 생활치료센터나 근처 확진자가 나온 지역 등으로 파견을 가야 하는 상황,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수당 문제 등도 지적했다. 그는 “실제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직종에 그만한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재난 상황이니까 무조건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보상과 휴식을 보장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