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과 관련해 후보 중 한 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 선언을 고심하고 있는 야권 인사들 사이에선 견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의당도 야권 단일 후보라는 표현에 착각은 자유라고 비판했다.
시큰둥한 김종인 위원장 "반응 말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안 의결을 위해 소집된 온라인 긴급비대위 회의에서 “너무 앞서나간 억측은 하지 말라”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도 나왔고 이제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되는데, 우리는 우리의 것을 잘하면 된다”면서 “최대한 안 대표에 반응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의 출마 선언 이후에도 여러 후보가 나올 테니 안 대표를 중심으로 어떤 작용이 이뤄지는 식으로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되지 않도록 공정하게 경선을 준비하자는 취지로 이해했다는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중심으로 선거 국면을 끌고 가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며 굳이 어떤 메시지를 내 안 대표의 입지를 키워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옛 안철수계인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순차경선’과 ‘통합경선’을 제시하면서 “순차경선은 국민의힘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 안 대표와 막판 단일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2011년 박영선-박원순 단일화 모델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 김 위원장은 “전제는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지지도를 안 대표가 유지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 열심히 경선을 거쳐 승리한 후보가 당 밖의 안 대표와 한 번 더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만약 안 대표가 이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 출마는 야권 단일화가 아닌 본인 단일화의 고집밖에 되지 않는다. 야권 단일화가 아닌 야권 분열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견제 나선 야권 주자들 "꽃철수 안 돼"
이미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다른 야권 주자들은 안 대표 견제에 나섰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안 대표의 출마를 환영하면서도 “정치 입문 10년 동안 한 번도 경선하지 않고 꽃가마 탄 특권의식이나 이번에도 경선 없이 쉽게 가고 싶은 ‘꽃철수’는 안 된다”며 국민의힘 안에서의 경선을 요구했다.
김선동 전 사무총장은 “야권 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히 경쟁해 주기 기대한다”며 후보 단일화 대신 경선 참여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안 대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빅텐트가 절실하다고 주장한 박수여 의원은 “당당히 합당해 경선해도 좋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막판 경선을 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주혜 의원은 “시대의 흐름은 지명도는 높지만 식상함을 주는 기성 정치인보다 뭔가 기대를 줄 수 있는, 때묻지 않은 인물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며 “국민의힘 초선 중에도 이런 후보군이 있다”고 주장해 사실상 초선 차출을 제안했다.
‘야권 당일 후보’ 비판한 정의당
정의당은 안 대표의 “야권 단일화 후보 표현은 무례하고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의당도 야당”이라며 안 대표를 향해 “착각은 자유라지만 대체 누가 자신을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줬다는 건지 안쓰럽기만 하다”고 했다.
“안 대표가 보수 야당 단일 후보를 하든 말든 정의당과 무관하지만 정의당은 가치와 정책이 다른 정당과 선거연대를 할 생각이 없다”고 한 정 수석대변인은 “이런 내용을 잘 아실 분이 밑도 끝도 없이 야권 단일 후보를 주장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그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의 이같은 비판에 국민의당도 발끈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의당을 향해 “정의당이 민주당과 함께 손잡고, 민주주의 없는 공수처법 개정을 당론으로 찬성 표결하기로 정하고, 소수의 발언권을 강제로 종료시키는 데 참여했다면 스스로를 야권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 ‘이중대’라고 평가되는 현실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라고 했을 때 정의당을 포함해 생각한 분이 누가 있을까”라고 한 권 원내대표는 “아무도 없을 테니 이와 관련한 논평을 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만 괜한 수고를 했다”고 비꼬았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 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반드시 저는 선거에서 이기고 좋은 시정을 통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