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
KT는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머니 게임에서 밀렸다는 게 업계인들의 주된 추측이다. KT도 이번 스토브리그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준비했지만, 한화생명만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KT는 애초 ‘케리아’ 류민석, ‘쵸비’ 정지훈, ‘데프트’ 김혁규 등을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올해 에이스였던 ‘에이밍’ 김하람을 놓쳤다. 이와 관련해 다른 팀의 관계자는 “김하람에게 너무 큰 돈을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다른 에이스급 선수 없이 김하람만 바라보는 팀을 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올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KT는 ‘도란’ 최현준, ‘기드온’ 김민성, ‘하이브리드’ 이우진, ‘쭈스’ 장준수를 영입했다. 아카데미 출신인 ‘보니’ 이광수, ‘하프’ 이지융, ‘레블’ 박근우를 1군으로 콜업했다. 서포터만 3명이 된 만큼 1명을 2군으로 보낼 가능성도 있다. KT는 스크림을 하면서 1·2군 멤버를 구성 중이다.
장준수는 어썸 스피어에서 팀 동료 및 코치들의 평가가 아주 좋았다. 서머 시즌에 장준수와 함께 ‘LoL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최강 바텀 듀오를 이뤘던 ‘프린스’ 이채환은 “장준수는 실력도 좋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노안이어서 그렇지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다”며 “많은 팀 관계자들이 장준수에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우진이 자신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넘어서야만 KT도 상위권 진입을 바랄 수 있다. 챌린저스 시절 이우진은 바텀 게임에 강점이 있는 선수란 평을 받았다. 서머 시즌부터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이르기까지 쭉 탑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메타가 유행하고 있다. 이우진이 다양한 메타에서 활약할 수 있어야 KT의 전략도 풍부해질 것이다.
리브 샌드박스
리브는 T1 출신 ‘에포트’ 이상호를 영입해 서포터 포지션 보강에 성공했다. 리브 사무국과 코치진 모두 그를 간절히 원했다고 한다. 리브의 주전 서포터 자리는 ‘고릴라’ 강범현의 은퇴로 공석이 된 상황이었다. 올해 서머 시즌에 영입했던 ‘캐비’ 정상현은 2군 로스터에 등록했다.
정글러 포지션에도 변화가 있다. 리브는 개인 방송 중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 ‘온플릭’ 김장겸에게 팀 내부적으로 1라운드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솔로 랭크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크로코’ 김동범을 영입했다. 김동범은 팀 입단 당시 3개의 계정을 챌린저에 올려놓고 각각 1300점, 1000점, 900점을 찍었다.
김동범을 잘 아는 관계자는 “라인전이 센 미드라이너와 함께했을 때 활약이 극대화되는 스타일의 정글러”라고 그를 평가했다. ‘페이트’ 유수혁의 분전이 요구되는 이유다. 두 선수는 과거 브리온 블레이드(프레딧 브리온)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호흡을 맞추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브는 ‘루트’ 문검수를 붙잡았다. 스토브리그 시작 직전까지 문검수의 재계약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고 한다. “검수가 드디어 사람이 됐다”는 팀 동료의 장난 섞인 평가를 비롯해 문검수에 대한 선수와 및 코치진의 평가가 워낙 좋아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해진다.
농심 레드포스
농심의 스토브리그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젊은피 수혈’이었다. 농심은 탑라이너로 포지션을 변경한 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리치’ 이재원을 중심축으로 삼고, 나머지 포지션엔 젊은 재능들을 채워 넣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피넛’ 한왕호가 스토브리그 도중 자유계약(FA)로 풀리자 방향을 조금 우회했다.
농심은 올해 주전으로 활약했던 ‘비욘드’ 김규석, ‘쿠잔’ 이성혁, ‘구거’ 김도엽과 작별하면서 판을 새로 짰다. 이들은 가장 먼저 젠지 출신 서포터 ‘켈린’ 김형규를 잡았다. 애초 그를 잡기 위해 DRX와 머니 게임으로 붙을 예정이었지만, 김형규가 농심을 택했다고 한다.
아울러 ‘유망주 화수분’ 그리핀에서만 3명의 선수를 데려왔다. 농심은 미드라이너로 ‘베이’ 박준병을, 원거리 딜러로 ‘웨인’ 황서현을, 2군 서포터로 ‘유신’ 곽유신을 영입했다. 이중 박준병은 ‘쭌베’라는 솔로 랭크 소환사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선수다. 그는 입단과 동시에 과거 솔로 랭크 트롤 행적에 대한 사과문부터 썼다.
‘e스포츠의 아약스’를 꿈꾸는 농심을 향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우려하는 쪽에선 무엇보다 딜러진이 너무 약하다는 평가를 한다. 한 관계자는 “덕배(‘덕담’ 서대길과 ‘베이’를 묶어 부르는 말) 딜러 라인으로는 어렵다”면서 “한왕호보다는 이재원의 활약이 중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생명e스포츠
한화생명은 올해 스토브리그의 승자다. ‘너구리’ 장하권과 함께 FA 최대어로 꼽혔던 ‘쵸비’ 정지훈을 잡았다. KT, 아프리카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여기에 ‘데프트’ 김혁규까지 데려오면서 롤드컵 8강 딜러 라인을 완성했다.
한화생명의 스토브리그 행보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작정했다. 접촉해보지 않은 선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KT가 선수에게 제시한 연봉에 수억원을 더 얹는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한화생명은 ‘모건’ 박기태와 ‘요한’ 김요한을 발 빠르게 영입하기도 했다. 박기태는 팀 월드 엘리트(WE) 출신의 탑라이너다. 올해는 바텀 게임을 지향한 팀의 전략에 맞춰 오른과 레넥톤 중심으로 플레이했다. 내년엔 칼챔 숙련도를 증명해야 한다. 그의 잠재력을 높게 본 한 관계자는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면 ‘제2의 스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기태와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할 ‘두두’ 이동주의 잠재력도 기대할 만하다. 다른 팀의 한 관계자는 “이동주의 성장세가 빠른 편이다. 데뷔 초엔 스크림 라인전에서 솔로 킬을 자주 당했다. 어느새 반반을 가더니 최근엔 솔로 킬을 따내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프레딧 브리온
프레딧은 솔로 랭크에서 좋은 실력을 뽐낸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다. 이들은 코어 선수의 부재, 스토브리그 동안 불거진 모기업 관련 구설수 때문에 FA 선수들이 선호한 팀은 아니었다고 한다.
솔로 랭크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인 건 탑라이너 ‘호야’ 윤용호다. 4위와 5위에 자신의 계정을 올려놨다. 윤용호는 올해 스프링 시즌에 그리핀에서 LCK 데뷔전을 치른 유망주다. 이번 스토브리그에도 복수의 팀이 탐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딧은 ‘라바’ 김태훈을 미드라이너로 영입했다. 김태훈은 올해 스프링 시즌에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을 변경했다가 다시 미드라이너로 돌아왔다. 그는 원거리 딜러를 연습하면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CS 수급 능력을 개선하고, 바텀 라인 로밍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지난 6월 인터뷰에서 밝혔다. 서머 시즌엔 그 말을 증명하지 못했다. 내년엔 증명해야 한다.
프레딧은 원거리 딜러 ‘헤나’ 박증환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어쩌면 LCK 팬들에게 가장 생소할 이름이다. 박증환은 최우범 감독 취임 후 진행된 팀의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처음으로 LCK 무대에 서게 됐다고 한다. 서포터 ‘크레센트’ 유환중은 젠지와 T1의 아카데미 출신이다. 박증환과 마찬가지로 LCK 데뷔를 앞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