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빠” 뉴질랜드 동성 커플 인공수정으로 출산

입력 2020-12-21 05:00 수정 2020-12-21 05:00
타린 커밍(왼쪽)과 캣 뷰캐넌. 스터프 사이트 캡처

뉴질랜드에서 여자 동성 커플이 자가수정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아버지가 같은 아기를 출산했다.

7일 스터프 등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오클랜드에 사는 타린 커밍(31)과 약혼자 캣 뷰캐넌(32)이 지난달 20일과 24일 인공수정으로 아들과 딸을 차례로 낳았다.

커밍은 출산 예정일이 이달 10일이었지만 지난달 18일 양수가 터지면서 아들 라이언을 낳았다. 뷰캐넌은 나흘 뒤 제왕절개로 딸 파이퍼를 낳았다.

2년 전부터 함께한 이들은 지난해 말 자녀를 갖기로 의견을 모으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병원의 인공수정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온라인에서 정자 기증자를 구해 지난 3월 집에서 본인들이 직접 인공수정을 하는 자가수정 방식으로 차례로 임신에 성공했다. 기증자 한 사람의 정자를 커플이 나눠 각각 인공수정에 나섰다.


동성 커플인 두 사람의 임신도 어려웠지만 출산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커밍이 예정일보다 3주 빠르게 양수가 터졌다. 출산 과정에서 진통이 오지 않자 유도분만을 시도했고, 제왕절개수술을 준비했을 만큼 난산이었다.

어렵게 세상에 나온 아기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겨우 맥박만 뛰고 있을 뿐 축 늘어져 있었다. 8분간의 심폐소생술에 이어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인위적 혼수상태로 유도했지만 태어난 지 3시간 만에 발작까지 일으켰다.

아기는 곧바로 오클랜드 병원으로 옮겨져 뇌 손상을 막기 위해 72시간 동안 냉각복을 입고 지내야만 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아기가 뱃속에서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기는 다행히 힘든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커밍은 라이언을 품에 안으며 “라이언이 하루가 다르게 건강해지고 있다. 검사 결과 뇌 손상도 없고 더 이상의 발작도 없었다”며 “기적처럼 찾아온 우리의 아기”라고 말했다.

뷰캐넌은 “2명이었던 가족이 4명으로 늘었다. 무척 행복하다”며 크리스마스에는 산타와 함께 라이언과 파이퍼의 첫 사진을 찍어주어 주기 위해 크리스마스 옷도 사두었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