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잇단 ‘대북전단금지법’ 비판에 정부는 “주권사항”

입력 2020-12-21 05:00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미국 의회의 우려가 잇따르는 데 대해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 차기 행정부와의 마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주권사항이라는 판단하에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21일 통일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대통령 서명 전 법안 수정을 권고한다”는 등 미 의회의 잇단 우려 목소리에도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까지나 국내법인 만큼 주권사항에 해당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의 절차에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대통령이 재가해 관보에 실리면 그로부터 3개월 후 발효된다.

미 의회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내년 1월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 개최를 예고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확정된 게 아니다”며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청문회 개최가 확정되면 미 의회 측에서 우리 정부에 법안과 관련한 특정 인사의 출석을 요청해올 수 있다. 위원회는 법안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스태프 브리핑을 여는 등 청문회 개최를 위한 사전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전단금지법을 표 대결로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은 미 의회의 청문회 추진에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낸 서면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국회에서 민주적인 논의와 심의를 거쳐 개정한 법률에 대해 자국 의회의 청문회까지 운운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며 “한국 내정에 대한 (미 의회의)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대북전단금지법이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한·미 간 갈등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적 측면에서 인권을 1순위로 놓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대북전단금지법이)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04년 미 의회는 북한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민간단체와 비영리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포함한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는데, 대북전단금지법이 이 법과 충돌하면서 외교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도 지난 17일 ‘북한 문제에 관한 의원협회’(APPG)가 주최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청문회에서 “미국인들은 끊임없이 헌법 수정 1조에 대해 말하고,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얘기한다”며 “북한을 떠난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하게 막는 것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한 우려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이 법 하나 때문에 다른 현안이 모두 진행되지 않거나 하진 않겠지만 미국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 인권에 대한 미 행정부의) 인식이 안 좋은 상태로 갈 수는 있다”면서 “차후 미 국무부에서 인권 관련 현안을 다룰 때 이 문제(대북전단금지법)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