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시절’ A.스미스, ‘장미더비’ 앞두고 “맨유와 리즈는 닮았어”

입력 2020-12-20 19:0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앨런 스미스(오른쪽)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FP연합뉴스

잉글랜드 전통의 맞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즈 유나이티드가 20일(현지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6년만의 ‘장미 더비’를 앞뒀다. 현지에서도 해당 경기에 관심이 뜨거운 와중에 양 팀을 모두 겪은 선수이자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공격수 앨런 스미스(40)가 과거 자신의 이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스미스는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자신의 이적에 대해 “물론 양 팀의 라이벌 관계는 잘 알고 있다”면서 “(리즈 소속이던) 에릭 칸토나가 맨유로 갈 때 나도 화를 낸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내가 맨유로 갈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얘길 하면 싫어하겠지만 사실 양 팀 팬은 닮았다”면서 “그들 모두 피와 땀, 그리고 눈물(blood, sweet and tears)을 보고 싶어 한다”고도 덧붙였다. 열정적인 두 팀 팬들의 성향이 닮았다는 의미다.

스미스는 리즈 유소년 출신으로 1998년 리버풀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교체투입 데뷔, 첫 터치만에 데뷔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선발되며 리즈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리즈가 강등당하던 2004년 라이벌 맨유로 이적해 팬들의 분노를 샀다. 2년 전 인터뷰에서 “가고 싶지 않은 팀이 있느냐”는 질문에 “맨유”라고 답했기에 팬들은 더 격노했다.

국내 팬들에게 스미스는 ‘앨런 스미스 리즈 시절’이라는 인터넷 밈(meme·유행어)으로도 유명하다. 대표팀 미드필더 박지성이 현역 선수 시절 맨유에서 뛰던 당시 팀 동료로서 금발의 선굵은 외모,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만 맨유에서 2006년 FA컵 리버풀과의 경기 중 다리가 부러지면서 성장이 정체된 끝에 2007년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잉글랜드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로 불렸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스미스는 리즈 팬들이 아직까지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 데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다소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칸토나가 맨유로 갔을 때 리즈는 챔피언이었고 내가 떠날 땐 강등되던 시즌이었다. 물론 그 이적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안다”고 덧붙였다. 더타임스는 당시 리즈의 이적 담당자이던 피터 로리머를 인용해 ‘당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이적 문의 지시를 한 건 리즈였다. 스미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2년째 거주하며 ‘XL 사커월드 아카데미’에서 10~17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내와의 사이에는 3개월 나이 딸이 있다. 예전 리즈 유소년 시스템에 관심이 있는 안드레 라드리자니 리즈 구단주와 꾸준히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라드리자니 구단주는 리즈가 이번 시즌 승격하자 스미스에게 싸인이 적힌 구단 선수복을 보내오기도 했다.

한국시간으로 21일 새벽 열리는 맨유와 리즈의 대결은 2011년 9월 20일 이후 약 9년만이다. EPL에서 만난 건 2004년 2월 21일로 약 16년 전이다. 당시 리즈 소속이던 스미스는 골을 넣으며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이 무승부로 맨유는 당시 우승 경쟁 중이던 아스날로부터 미끄러지며 역사적인 무패우승을 내줬다. 당시 이 경기에는 올레 구나 솔샤르 현 맨유 감독도 뛰었다.

그러나 해당 시즌 리즈는 2부로 강등당했다. 팀의 최고 스타선수였던 스미스는 충격적이게도 700만 파운드에 맨유로 이적이 결정됐다. 스미스는 현지 팬들로부터 성서의 가롯 유다에 빗대어지며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스미스는 이제 리즈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느냐는 더타임스의 질문에 “올랜도에서 리즈는 멀다”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네가 리즈에서 잘했으니까 사람들이 화를 냈던 거라 해줬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맨유에서 자신을 가르친 퍼거슨 감독과 유스팀 감독이자 리즈의 전설적 선수 에디 그레이를 비교했다. 그는 “퍼거슨 감독은 그레이와 무척 비슷했다. 욕할 때는 가혹했지만 칭찬도 잘했다. 스스로를 단속하면서 기량 발전에 매진하도록 만들어줬다”면서 “(리즈가 속한) 요크셔 지방과 (퍼거슨 감독의 출신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닮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레이는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해리 키웰, 이안 하트, 조너선 우드게이트를 길러낸 지도자다.

스미스는 2018년 현 잉글랜드 5부 소속 노츠카운티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는 앞으로도 잉글랜드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더타임스에 밝혔다. 스미스는 “잉글랜드 팀에서 유스팀을 맡았다면 연령대 팀을 하나 맡고선 실망스런 나날을 보냈을 거다. 잉글랜드에서는 프로 선수가 될 게 아니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여기서는 아이들을 대학으로 보내 장학금을 받게 해줄 수 있다. 훨씬 커다란 영향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