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둑이 일본 사찰서 훔친 ‘고려 불상’, 누가 가져가나

입력 2020-12-20 17:24
관세음보살좌상, 높이 50.5㎝ 무게 38.6㎏. 뉴시스

한국인 도둑들이 일본 대마도에서 훔쳐온 14세기 불상의 소유권을 두고 한국의 서산 부석사와 일본 대마도 관음사 사이의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도난을 당한 일본 절이 재판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면서다. 일본에 약탈당했던 우리 문화재를 다시 일본에 돌려주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대마도 관음사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석사가 승소하면 한국 정부는 관음사에 불상을 반환할 수 없게 된다”며 “재판(2심)에 직접 참여해 명확히 소유권을 주장하고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일본은 한-일 장관회담 등을 통해서 불상 반환을 요구해왔으며, 관음사 측이 재판 참여 의지를 직접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 김씨 등은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높이 50.5㎝, 무게 38.6㎏의 고려 관세음보살좌상을 훔쳐 국내로 반입했다. 절도단은 2016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훔친 불상은 2014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에 몰수됐다.

소유권 다툼이 불거진 것은 불상의 안쪽에서 1330년쯤 충남 서산 부석사 스님과 속인들이 불상을 봉안했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다.

부석사 측은 애초 이 불상이 14세기 서해안에 자주 출몰했던 왜구가 약탈한 문화재라며 불상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불상 인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2016년 제기했다. 부석사 측은 “교류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불상을 일본에 넘겨줬던 것이라면 불상 안에 있는 복장물을 비우고 줬어야 맞다. 복장물이 그대로 발견됐다는 것은 약탈당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2017년 1월 대전지방법원은 “불상 점유자(한국 정부)는 원고인 부석사에 불상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문화재를 범죄자로부터 몰수한 한국 정부는 이 불상을 소유주에게 돌려주기 전 관리하는 입장으로 소유권을 가진 주체는 아니다. 다만 ‘훔친 문화재는 돌려줘야 한다’는 국제법 때문에 정부는 부석사 측에 불상을 돌려주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국제법을 무시하고 부석사에 불상을 양도할 경우 역으로 우리 정부의 약탈 문화재 국내 환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항소했고, 현재 3년째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관세음보살좌상은 대전 유성구의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사찰 측이 2심 재판에 직접 참여키로 하면서 소유권 다툼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