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등은 19일(현지시간) 보건 전문가들을 인용해 영국에서 발견된 이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어떻게 다른지 보도했다.
전염력 70% 더 강하다
초기 분석에 따르면 변종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7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 1명이 몇 사람에게 병을 전파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지수도 기존보다 0.4명 정도 많다.
영국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변종 바이러스는 지난 9월 20일 런던과 켄트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11월 중순까지 런던 및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 코로나19 확진자의 약 28%는 이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9일부터 일주일 동안 런던에서 나온 확진자의 62%는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1.0 밑으로 내려갔던 영국의 감염 재생산지수는 최근 들어 1.1~1.2까지 높아졌고,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도 2만~3만명을 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돌기처럼 달려 있는 이른바 ‘스파이크 단백질’ 성분이 변이를 일으켰고, 이 점이 변이된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하는 능력을 증가시켰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초기 분석에 따르면 변종 바이러스에서 총 23개의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영국 정부의 수석 과학고문인 패트릭 밸런스는 “이 변종이 점점 더 지배적인 형태의 바이러스가 되고 있다”며 “전염력에 있어서 다른 것들을 압도한다”고 밝혔다.
기존 코로나19보다 치명적이지 않다
전문가들은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입장이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이례적 현상이 아니며, 이미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종 사례가 수 차례 보고된 바 있다.
밸런스 고문은 “이번에 발견된 돌연변이가 기존보다 더 위험하거나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시킬 것 같지는 않다는 게 과학자들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변종 바이러스가 인체의 면역반응을 바꿀 수 있는 종류였다면 그 이론적 증거들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럽생물정보연구소의 이완 버니 공동소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변종 바이러스가 실제로 질병의 치명도에 영향을 미쳤다면 우리는 지금쯤 그것을 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변종이 코로나19의 치명도를 높였다면 병원 입원 사례가 급증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게놈센터의 네빌 산자나 교수도 WSJ에 “단일 돌연변이는 일반적으로 백신의 효능을 변화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의 순환 과정에서 나타난 많은 변이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쳤다”고 부연했다.
어디까지 번졌나
과학자들은 변종 바이러스가 영국 외부로 나갔을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버니 소장은 “영국의 극도로 강력한 바이러스 감시 시스템이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변종 바이러스를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변종을 만들어낸 돌연변이가 영국에서 최초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점이 우리가 이 변종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 관료들도 이 바이러스가 해외에 존재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뉴욕게놈센터도 “변종 바이러스가 미국으로 확산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