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 취급은 못 참겠다”…변창흠에 성난 청년·노동자·서민들

입력 2020-12-20 17:16 수정 2020-12-20 19:40

지난 18일 공개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대한 비판과 함께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닌 일” 등 발언으로 청년들과 노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민들 역시 “못사는 사람들” 발언으로 분노하고 있다.

당시 구의역에서 숨졌던 김모군이 일했던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 및 청년·노동 단체들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변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선경 서울청년진보당 대표는 “2016년 당시 국민을 개·돼지라 비하한 교육부 관료의 말과 무엇이 다른 말입니까. 노동자의 목숨을 이토록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장관 자격이 있다는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임선재 지회장은 변 후보자가 여론에 떠밀려 내놓은 짧은 사과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임 지회장은 “변 후보자는 다른 취지로 한 말이라며 억울해 할지 모르겠지만, 저 몇마디에 변 후보자의 노동에 대한 입장과 철학이 충분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며 “변 후보자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곳곳이 ‘구의역’이고 ‘2016년 5월 28일’에서 한 발짝도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김용균씨의 동료인 노훈민씨도 “청년의 죽음을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변 후보자는 장관 자격이 없다”며 “구의역 김군의 동료들과 김용균의 동료들은 변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목표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도 성명을 통해 “산재 사망을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렸던 자가 장관이 되는 게 이 정권의 민낯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변 후보자가 여론에 떠밀려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사과문에서 장관이 되기 위한 의지 밖에 보이지 않아 성명을 발표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평소 가치관이 나타난 것일 뿐 실수가 아니다” “인간성에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지금이라도 적임자를 찾아 후보를 바꿔야 한다”는 등 변 후보자의 자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반응이 많다.

이는 변 후보자 발언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과 공감 능력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특히 서민이나 청년들의 일상과 관련된 문제여서 여론의 비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그 해결책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제시한 상황에서 임대주택 입주자를 “못 사는 사람들”로 비하성 발언을 하면서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 후보자는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발언의 취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성난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면 중도층은 물론 내부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임명을 강행할 경우 향후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임명 강행 이후 부동산 정책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자질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이후 선거에서 걷잡을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변 후보자가 평소 지향하던 가치나 문재인정부의 가치와 정면으로 상충되는 데다가 진영논리로도 풀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국민의 일반 감정과 괴리된 선택을 하는 순간 국민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나 다음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이현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