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속 ‘친환경 비용’, 8년간 이중 부과했다

입력 2020-12-21 07:01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부과하며 ‘친환경 요금’을 중복 징수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전기 사용량에 따라 책정하는 ‘전력량 요금’에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력량 요금과 별도로 부과하는 전력기금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용도로 쓰인다는 점과 중첩된다. 친환경 요금을 부과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역을 투명하기 공개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RPS 비용 고지서, 최초로 공개
논란의 중심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율(RPS) 제도가 있다. 정부는 발전 사업자들이 공급하는 전력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올해 기준 공급 전력량의 7%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8년째 시행 중이다.

강제적인 조치인만큼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RPS 제도가 시행되던 2013년만 해도 신재생에너지는 석탄·원자력보다 비싼 에너지였다. 웃돈을 주고 사와야 했다. 하지만 그 동안은 RPS 제도 시행에 따른 청구서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기요금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인정하는 일이다. 산업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기후변화 관련 비용(신재생 보급, 온실가스 감축 등)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청구서의 실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개편 전기요금 체계를 통해 드러났다. 전력량 요금 속에 RPS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해 기준 ㎾h 당 4.5원이 부과됐다. 전체 금액으로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4.5원이었고 매년 가격이 변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요금’ 괜찮지만, 투명하게는 했어야
친환경 요금을 부과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도기에는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8년 기준으로 ㎾h 당 26.17펜스(약 388원)에 달한다. 한국(8.02펜스·약 116원/㎾h)의 3배를 넘는다.

문제는 이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소비자가 친환경 비용을 알고 내는 것과 모르고 내는 것은 천양지차다. 산업부나 한전에서 이를 고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별개로 걷는 ‘전력기금’과 중첩된다는 비판을 지우기도 힘들다. 전력기금은 전력량 요금을 토대로 3.7%를 일괄 부과한다. 10만원어치 전력을 썼다면 3700원의 전력기금이 추가돼 최종 전기요금으로 부과되는 식이다. 그런데 전기사업법 49조에 따르면 전력기금의 용처 중 하나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 대한 지원이다. 국민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돈도 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 지원 금액까지 이중으로 낸 셈이다.

전기요금 청구서의 ‘투명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전력량 요금 속 RPS 제도 비용과 전력기금은 같은 신재생에너지 비용이라도 용처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