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1보다 엑시노스 먼저 꺼내든 삼성…AP 자신감 회복?

입력 2020-12-20 16:18


삼성전자가 내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공개하기에 이틀 앞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신제품을 먼저 선보인다. 새로운 엑시노스는 미·중을 제외한 글로벌향 갤럭시S21과 국내용 모델에도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AP 강자인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내줬던 자리를 다시 찾아오는 데는 새 엑시노스에 대한 삼성전자의 자신감이 깔려 있단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공식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엑시노스가 1월 12일 공개된다”며 티저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신제품은 AP ‘엑시노스2100’(가칭)으로 추정된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데이터 처리, 연산 등을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의 출시 지역에 따라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나눠 탑재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의 탑재 비율은 한때 5대5 수준에서 최근 8대2 수준까지 떨어지며 삼성은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삼성이 다시 엑시노스를 꺼내 든 것은 AP 제조업체로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전작 엑시노스990은 퀄컴 스냅드래곤 865에 성능이 밀리면서 갤럭시S20 국내 판매 모델에서도 제외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개발팀을 해체하고, 영국 반도체 업체 ARM의 코어텍스 설계도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레퍼런스 칩’ 전략으로 다시 제품 개발에 나섰다.

엑시노스2100은 삼성의 최신 5나노 공정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출시한 중급용 엑시노스1080도 5나노 공정에서 생산돼 중국 비보의 스마트폰 ‘X60’에 탑재됐다. 삼성은 최근 주춤하고 있는 화웨이를 대체하기 위해 중국 AP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퀄컴(29%), 미디어텍(26%), 하이실리콘(16%)에 이어 애플과 공동 4위(13%)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윈퓨쳐가 공개한 갤럭시S21울트라 모델의 모습.


업계는 엑시노스2100이 북미 시장용 갤럭시S21에 탑재될 퀄컴 스냅드래곤 888과의 성능 대결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해외 IT(정보기술) 기기 성능 측정 전문 사이트에는 엑시노스2100를 탑재한 S21의 평가 점수가 공개되고 있다.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 XDA디벨로퍼스는 20일 “삼성은 자사 칩이 퀄컴과 대등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사용자 경험은 이와 다른 결과를 내왔다”며 “만약 엑시노스2100이 스냅드래곤888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 다시 삼성에 ‘흑역사’(curtain)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삼성의 반도체(DS)부문 임직원들은 연봉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을 전망이다. 모바일 AP 등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비롯, 메모리·파운드리 사업부를 거느린 DS부문 임직원들은 예상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연봉의 44~46%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