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의 꽃으로 불리는 연말 시상식이 본격 막을 올렸다. 이들은 온택트(Ontact·언택트(Untact)+연결(On))를 바탕으로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를 잡을 계획이다. 모든 시상식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시상식에서 여러 우려가 현실화됐다. 시상자와 수상자 여러 명이 마이크를 돌려가며 사용하는 행위는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거리두기 시상식을 위해 활용한 ‘2m시상팔’은 코로나19 상황을 가볍게 보이도록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예대상다운 볼거리 풍부… 유재석 활약 돋보여
SBS 연예대상이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센터에서 19일 열렸다. 출연진들은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된 특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날 대상은 ‘미운 우리 새끼’와 ‘런닝맨’에서 활약 중인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이 수상했다. 그는 이날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벅찬 감정을 내비쳤다. “가수로는 대상을 받아봤지만 그때는 덤덤했어요. 왜 상을 즐기지 못했을까 생각했어요. 제게도 이런 감정이 올 줄 몰랐습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음악도 있지만, 지금은 예능이 삶의 전부가 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이 힘든데 힘내시고 저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MBC 연예대상은 29일 오후 8시45분 열린다. MBC는 드라마 부문에서 참패 수준의 성과를 냈으나 예능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중심에는 ‘놀면 뭐하니?’가 있다. 대상 역시 유재석이 유력하다. 그는 지난해 부캐 유산슬로 신인상을 받았는데, 올해는 혼성그룹 싹쓰리의 멤버,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기획자로 변신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나 혼자 산다’와 ‘복면가왕’도 제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S 연예대상은 24일 오후 8시30분 방송된다. 시청자 투표로 선정되는 ‘최고의 프로그램상’ 후보에는 ‘1박 2일 시즌4’ ‘개는 훌륭하다’ ‘불후의 명곡’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슈퍼맨이 돌아왔다’ ‘신상출시 편스토랑’이 올랐다. 대상은 ‘1박2일’ 팀과 이경규(편스토랑·개훌륭) 양강구도로 보인다.
드라마 흥행 SBS 유일… 흥행작 없는 KBS·MBC 어쩌나
드라마 부문에서는 단연 SBS가 강세였다. 31일 밤 열리는 SBS 연기대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펜트하우스’의 김소연·이지아·유진, ‘하이에나’의 김혜수·주지훈, ‘낭만닥터 김사부2’ 한석규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김희선 주연의 ‘앨리스’와 최강희 주연의 ‘굿캐스팅’, 김서형 주연의 ‘아무도 모른다’도 흥행작으로 여러 부문의 상패를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MBC 연기대상은 30일 오후 9시 방송된다. 32년 역사상 첫 단독 MC로 방송인 김성주가 낙점됐다. 사회 분위기에 맞춰 안전한 시상식을 위한 결정이다. MBC는 올해 특히나 드라마 시청률 가뭄에 시달렸다. ‘꼰대인턴’의 흥행이 유일한 정도다. 올해의 드라마상 후보로는 ‘꼰대인턴’을 포함해 ‘그 남자의 기억법’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카이로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사랑한 스파이’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올랐다. 연기대상으로는 ‘꼰대인턴’의 김응수·박해진이 유력하다.
KBS 역시 드라마 성적은 부진했다. 31일 밤 개최되는 시상식에서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독주가 예상된다. ‘황금빛 내 인생’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은 적 있던 천호진이 또다시 대상 트로피를 손에 쥘 수 있을지 기대된다.
K팝의 한해… 올스타전 방불케 하는 가요축제
연말 가요계는 별도의 시상 없이 축제 형식으로 연출한다. 포문은 18일 KBS 가요대축제가 열었다. ‘커넥트’(CONNECT)를 주제로 올해 전 세계 최고의 가수로 우뚝 선 방탄소년단(BTS)부터 박진영, 선미, 트와이스 등이 무대를 빛냈다. 코로나19 여파로 크고 작은 문제도 있었다. 골든차일드의 멤버 재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세븐틴, NCT 등이 잇따라 검사를 받게 됐다. 세븐틴은 검사 결과 발표가 늦어져 불참했고 NCT는 전원 음성 판정을 받고 참여했다.
SBS 가요대전은 25일 오후 7시30분 대구에서 열린다. 방역 모범도시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경이로운 해’라는 부제를 단다. MBC 가요대제전은 31일 열린다. ‘놀면 뭐하니?’로 탄생한 ‘환불원정대’의 공연이 기대를 모은다.
시상식 포기 못 하는 이유… 방역 우려는 계속
유튜브·OTT 대중화 등 이유로 지상파 콘텐츠가 역대급으로 가뭄이었던 한해였다. 그럼에도 시상식을 강행하는 이유는 PPL(간접광고)와 문자투표 수익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연말 시상식은 스타급 연예인들이 한자리 모이는 자리라 광고, 협찬 등이 쏠쏠하다. 시상식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광고 효과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급력도 크다. 연말 시상식의 경우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장받는다.
올해 시상식은 모두 무관중으로 개최된다. 출연자 좌석은 거리두기가 적용되고 스태프 동선도 최소화한다. 참석자 전원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출연자 사이에는 투명 아크릴판이 설치된다. 사전 녹화를 최대한 활용하고, 실내 환기와 소독에 각별히 주의한다. 방송 관련 지침에 따르면 방송 촬영에 출연자와 스태프 인원 제한은 없다. 방청객만 모임행사 인원 기준에 맞춘다.
베일을 벗은 일부 시상식을 통해 여러 우려가 나왔다. 행사 특성상 출연자 간 대면은 불가피했다. 특히 SBS 연예대상에서 ‘2m 시상팔’을 도입해 트로피를 전달했는데, 접촉 없이 긴 막대를 활용해 상패를 건네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개그 요소에 지나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상자와 수상자 여러 명이 한 무대에 모여 있었고, 같은 마이크를 사용했다. 이런 설정은 오히려 코로나19 상황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나치게 가볍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