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차로를 변경해 차량 앞으로 끼어드는 이른바 ‘칼치기’로 시내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사고가 나 사지마비 상태에 빠진 버스 승객 고3 여학생의 언니가 차주를 엄벌해달라고 요구한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은 마감 당일인 지난 19일 21만1090명 이상이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청와대 담당 관계자에게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청와대는 한 달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청원에 대해 담당 비서관이나 부처 장차관 등을 통해 공식 답변을 내놓고 있다.
청원글 작성자가 언급한 사고는 지난해 12월 16일 경남 진주의 한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발생했다. 정류장을 떠나 정주행하던 시내버스 앞에 렉스턴 SUV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버스가 급정거했다. 이때 버스 맨 뒷좌리에 앉으려던 여고생 A양이 버스 앞쪽으로 튕겨나오며 동전함에 목 부위를 부딪쳤다. A양은 이 사고로 목이 골절돼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이 사고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 B씨(58)에게 금고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후 B씨는 1심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이에 A양의 언니는 “일말의 반성 없이 형량을 낮추려는 가해자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사고로 동생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며 긴 병원생활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까지 겹쳤다”면서 “건강하고 밝았던 동생의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행복했던 가정이 파탄났다”고 호소했다.
이어 “고3 졸업식을 앞두고 대입 원서도 넣어보지 못한 동생은 꿈 한번 펼쳐보지 못한 채 기약 없는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며 “올해 20살이 된 꿈 많은 소녀는 대학생증 대신 중증장애인 카드를 받게 되었고 평생 간병인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A양의 언니는 특히 가해자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를 표했다. 그는 “여덟 번의 긴 공판 끝에 (가해자 B씨에게) 내려진 선고는 고작 금고 1년형이었고 그마저도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가해자의 뻔뻔한 태도를 알리기 위해 다시 한번 청원글을 올리게 됐다”면서 “B씨는 1년 동안 재판 내내 사과나 병문안 없이 본인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형사 합의만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받은 1년이라는 실형은 스무 살 소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아픔과 가족들이 겪을 고통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며 “2심 재판에서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현재 A양의 가족들은 1심 판결에 항의하며 엄벌을 호소하고 있고, 검찰 역시 1심의 금고 1년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한 상태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