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선언 “정권교체 다리 놓겠다”

입력 2020-12-20 11:2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면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차기 대선출마를 준비했던 안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체급을 한 단계 높인 선거전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라와 민생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정부·여당에 십자포화를 날렸다. 그는 “국회는 거수기로, 여당은 청와대 출장소로 만들고 야당을 대놓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저들의 오만함 때문에 87년 민주화 이후 쌓아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의 적, 독재 정권이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부동산 대란과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 등을 거론한 뒤 “꼭 제 손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무능을 바로잡아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차기 대권 출마를 준비 중이었지만 서울시장 출마로 방향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안 대표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많은 원로 분들의 충정 어린 말씀이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자해지(結者解之),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고도 했다. 안 대표 자신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시장 출마를 양보했던 일을 거론한 것이다.

안 대표는 “서울시를, 대한민국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 그리고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권은희 원내대표. 연합뉴스

안 대표는 “정권교체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라며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습니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권교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에 지면 정권교체가 물 건너 간다는 절박감 때문에 안 대표가 출마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단일 후보로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내년 4월 보궐선거,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넘어, 시민과 국민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안 대표는 자신의 야권 연대론에 부정적이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뿐 아니라 이미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경선 문제가 진통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