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소년들 귀환 순간 “부모들 흐느끼며 땅에 입맞춤”

입력 2020-12-20 09:11 수정 2020-12-20 09:47
피랍 아들을 만나 감격한 아버지들. AFP, 로이터연합뉴스

1주일 전 나이지리아 북서부 카트시나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된 남학생 수백명이 무사 귀환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년들은 버스로 이날 아침 도착했다. 석방을 기다리던 수백명의 부모들은 먼지투성이고 충격으로 멍해 보이는 아이들 344명을 발견하자마자 흐느끼며 몰려갔다. 무리 가운데 자식을 찾은 이들은 아이를 끌어안고 땅에 입을 맞추며 감사를 올렸다.

기쁨에 겨운 함자 칸카라는 그녀의 아들 라왈을 무리 속에서 찾은 후 “신이 내게 천국을 주신 것 같을 정도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무릎을 꿇고 땅에 키스하며 신에게 어린 아들의 귀환에 대해 감사했다. 그리고 소년을 꽉 껴안은 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피랍 소년 가운데 한 명은 익명으로 납치범들이 자기들은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 대원이라고 말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보기에는 그냥 무장 산적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이지리아 어라이즈TV에 “그들은 아침과 밤마다 우리를 때렸다. 우리는 진짜 고생했다. 그들은 하루에 한 번 음식을 주고 물은 하루에 두 번 줬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은 숲속을 맨발로 걷고 가시에 찔리며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납치범들에게 끌려다녔다고 한다.

18일 사람들이 납치됐다 풀려난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모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국은 전날 보안군이 아이들을 구출했다고 말했다. 군은 ‘신빙성 있는 정보’에 따라 행동해 피랍 소년 344명을 모두 풀려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랍된 학생이 수백명이고, 아직도 인질로 잡혀 있는 소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국은 2014년 여학생 270여명이 보코하람에 납치됐을 때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훨씬 빨리 대응에 나섰다. 당시 피랍 소녀 100여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카트시나의 주지사는 아이들 몸값을 지불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납치범들과 당국의 석방 협상에서 모종의 양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출신 주에서 그것도 자신이 방문하고 있을 때 납치 사건이 일어나 곤혹스러웠던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구출된 소년들을 접견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학업에 정진하라”고 격려했다.

앞서 지난 11일 밤 남학생 기숙학교에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들이 들이닥쳐 최소 300여명의 아이들을 납치해갔다. 이후 보코하람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준동하던 보코하람이 이번 사건이 일어난 북서부의 산적들과 최소한 동맹을 맺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