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조선제일검

입력 2020-12-19 16:19 수정 2020-12-19 16:37

KT 롤스터의 조선제일검 ‘유칼’ 손우현이 차기 시즌 맹활약을 약속했다.

18일 국민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한 손우현은 “다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로 되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알게 모르게 부담감을 느끼면서 게임을 했던 것 같다”면서 “이제는 어떤 상황이 와도 부담감 없이 게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KT의 로스터와 관련해 스토브리그 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던 거로 안다”며 “아직 응원할 맛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선수들이 더 노력하겠다. 응원할 맛 나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은 손우현과 일문일답.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지역 대표 선발전 이후 어떻게 지냈나.
“롤드컵 선발전에서 조기 탈락한 이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제가 한 시즌만 못한 게 아니다. 2018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알게 모르게 부담감을 느끼면서 게임을 했던 것 같더라. 이제는 어떤 상황이 와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게임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칼’의 2020시즌을 총평한다면.
“아쉬웠던 한 해다. 작년엔 서머 시즌에 어느 정도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드렸다. 올해는 그런 모습조차 보여드리지 못했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유칼’의 플레이 스타일과 색깔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두들겨 맞으면 위축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더 거세게 발버둥 치는 사람이 있다. 다크호스라 불리는 팀들은 후자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설해원 프린스가 그런 팀이었다. 올해의 저는 전자였다. 알게 모르게 그런 식으로 변해왔던 것 같다. 내년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으면 더 발버둥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스프링 시즌부터 다시 얘기해보자. 자유 계약(FA) 상태에서 그리핀에 입단했다.
“당시 해외에선 많은 오퍼가 왔다. 그런데 지금 해외로 나가면 다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로 돌아올 수 있을까 싶었다. 해외에 가더라도 LCK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실력을 증명한 이후에 가고 싶었다. 지금 나가는 건 도망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 당시 그리핀이 사건, 사고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정말 좋은 선수들이 있었고, 팀 분위기도 괜찮다는 소문을 들어서 입단을 결정했다. ‘바이퍼’ 박도현은 저와 동갑이었고 ‘타잔’ 이승용도 2살 차이였다. 탑라이너들은 나이 차이가 꽤 났지만 어린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선수들이었다.”

-시즌 개막 전 기대와 달리 ‘LoL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로 강등됐다.
“박도현과 이승용은 이전까지 패배를 맛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었다. 패배를 몰랐던 선수들이 패배를 마주하고 나니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까 말했던 ‘발버둥 치기’를 하지 못하고 더 위축됐던 것 같다. 저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죽어도 흔들리지 않는 게 제 장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2회 데스를 기록하고 나니 원래의 플레이를 못 하겠더라.”

-다시 FA 자격을 획득했고, 1년 반 만에 KT로 돌아왔다.
“그리핀에 입단했던 이유와 비슷했다. 제 의지로 국내 잔류와 해외 진출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해외 진출이란 선택지만 남은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긴 싫었다. 그건 제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다.”

-아지르를 선호했는데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후 사일러스로 우회했단 느낌을 받았다.
“사일러스는 상대방 쪽으로 몸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챔피언이다. 숙련도가 높으면 죽지도 않는다.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일부러 몸이 들어가는 챔피언을 골랐다. 아지르는 조금 고집을 부렸다. 워낙 자신 있는 챔피언이었다. 그런데 실전에서 팬들을 실망하게 만들지 않았나. 반드시 만회하고 싶었다.”

-이후 중국 ‘LoL 프로 리그(LPL)’ 진출 루머도 돌았지만, 결국 KT에 잔류했다.
“저도 가끔 그런 소문을 듣긴 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관한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일단 LCK에서 제 색깔을 찾고 싶었다. ‘도란’ 최현준이 이 팀에 왔다는 것도 숙소로 복귀했을 때까지 몰랐다. 오프시즌 내내 ‘리그 오브 레전드(LoL)’만 했다. 요네와 오리아나 위주로 연습했다. 지금 요네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적해온 선수들과는 친분을 쌓았나.
“나이대가 비슷한 최현준, ‘보니’ 이광수와 가장 친하다. 제(2001년 1월생)가 빠른 연생자인데 족보가 꼬일까봐 ‘도란 형’(2000년 7월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호칭만 형이지 친구처럼 지낸다. 동갑내기인 광수는 정말 귀엽다. 신인이라 그런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도 있다. 그런 걸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운다.”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이란 오로지 게임만 생각하는 마인드를 의미하는 건가.
“그런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순수함의 정의는 ‘나는 무조건 쟤(상대 라이너)보다 잘한다’는 밑도 끝도 없고, 근거도 없는 자신감이다. 누가 봐도 상대가 더 잘할지라도 일단 스스로는 그렇게 믿어야 한다. 프로게이머는 그런 자신감이 필요하다.”

-본인이 생각하는 미드라이너의 최우선 덕목은 무엇인가.
“저는 라인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라인전에서 이득을 본 뒤 다른 라인 로밍이나 다이브를 시도하는 건 팀원들과 의논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것보다는 정글러가 게임 하기 편하게 만드는 걸 중요하게 본다. 정글러가 상대 정글에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든지, 게임이 빠르게 터지는 전투에 빠르게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담원 게이밍이 롤드컵에서 보여줬던 강점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그렇다. 제가 ‘쇼메이커’ 허수만큼 한다면 이광수도 ‘캐니언’ 김건부만큼 해줄 거로 믿는다.”

-롤 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나.
“항상 ‘루키’ 송의진을 꼽는다. 송의진의 경기를 보면 대단하다. 갱킹을 당해 죽어도 늘 똑같은 플레이를 한다. 오늘 곧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똑같은 플레이를 할 거 같다. 항상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내는 멋진 선수다.”

-‘2020 LoL KeSPA컵 울산(KeSPA컵)’에선 어느 정도의 성적을 자신하나.
“요즘 팀원들 전부 자신감에 차 있다. 어떤 팀을 만나든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자신 있다. 최근 연습 과정을 보면 승패를 떠나서 제가 하고 싶었던 플레이, 머릿속에 그렸던 플레이를 구현해나가고 있다.”

-2020 KeSPA컵에선 어떤 팀을 가장 경계하나.
“아무래도 같은 멤버로 2년차를 맞는 팀들이 앞서나가지 않을까. 담원, 젠지, T1이 유리할 것 같다. 우리 KT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아울러 이광수에게 긴장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하고 싶다. 본인이 가장 잘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끝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KT의 로스터와 관련해 스토브리그 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던 거로 안다. 아직 응원할 맛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선수들이 더 노력하겠다. 응원할 맛 나는 팀으로 만들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