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지속되면서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데 감기 몸살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질환을 진단받아 당황하기도 한다.
만약 오한이나 발열, 쑤시는 듯한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면 ‘급성 신우신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급성 신우신염은 요로감염의 일종으로 대장균, 녹농균 등 세균이 요도를 타고 역류해 신장(콩팥)까지 감염시킨 경우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급성 신우신염 진료 환자는 21만1832명이었다. 2015년(18만3911명)에 비해 15.1% 증가했다. 성별로는 2019년 기준 여성 환자가 86.1%(18만2178명)로, 남성 13.9%(2만9654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급성 신우신염’은 일반적인 감기 몸살과 증상이 비슷하다. 39~40도의 고열, 오심, 구토, 요통, 오한 증상 등이 대표적이다. 배뇨통, 옆구리 및 허리 전반에 쑤시는 듯한 통증, 혈뇨가 관찰될 수 있다.
방치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 만성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만성 신우신염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보다 가벼운 요통, 전신 권태감, 식욕부진 등이 미미하게 감지된다. 아울러 요로성 패혈증, 만성 신부전증 등 합병증까지 초래할 수 있다.
신우신염은 수분을 평소보다 여유있게 섭취하고 항생제를 약물 또는 주사를 통해 투여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만약 항생제를 먹고도 3일 내 증상에 차도가 없을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정밀 검사를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저질환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세란병원 비뇨의학과 김경종 부장은 “신우신염을 포함한 요로 감염증은 호흡기 감염 다음으로 높은 빈도를 차지한다고 보고될 정도로 흔하다. 여성의 경우 요도가 짧아 남성에 비해 신우신염에 비교적 취약한 편이다. 신우신염 증상을 감기, 생리통이라 여겨 가볍게 넘겼다가 만성화되는 상황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남성 또한 전체 환자의 10% 이상인 만큼 안심은 금물. 발열, 쑤시는 듯한 옆구리 통증이 느껴진다면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비뇨 생식기, 신장에 문제가 없는지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백충희 교수는 “신우신염의 주 증상은 고열과 허리 통증인데, 일반 근육통에 의한 허리 통증은 골반 바로 위에서 느껴지는 반면 급성 신우신염에 의한 허리 통증은 척추와 맨 아래 갈비뼈가 만나는 ‘늑골척추각’ 부위에서 느껴진다. 이 부위에 신장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급성 신우신염은 일찍 치료하면 2~3일 안으로 금방 좋아지는데, 치료가 늦어지면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면서 “패혈증은 핏속에서 균이 자라는 병으로 사망률이 50% 이상인 무서운 병”이라고 덧붙였다.
신우신염은 충분한 수분 보충하기, 소변 참지 않고 바로 화장실 가기, 요로 결석 및 전립선비대증 등 기저질환 꾸준히 관리하기를 통해 감염,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