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뒤늦게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설명하지 않은 채 단 세 문장 짜리 사과를 내놓아 ‘3줄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변 후보자가 책임 있는 답변은 외면한 채 인사청문회 통과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 후보자는 18일 오후 6시 40분쯤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SH 사장 재직 시 발언에 관한 사과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변 후보자는 “4년 전 SH 사장 재직 시 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면서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변 후보자의 ‘3줄 사과’는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일보는 18일 아침부터 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해당 발언에 대한 변 후보자의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준비단은 18일 일과시간 내내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변 후보자 본인도 18일 오후 2시쯤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았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18일 오전 과거 발언이 보도되고, 비판 여론이 쇄도하자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사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과하지 않고서는 인사청문회를 돌파할 수 없겠다는 ‘정무적인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회의록을 공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 의원은 “변 후보자의 3줄 짜리 사과문에서 아무런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며 “오직 인사청문회 통과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면피성 사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 SH공사 건축설계처와의 회의에서 당시 SH공사가 추진하고 있던 ‘셰어하우스’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냐”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특히 부동산 대란을 타개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추진하는 터에 정작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해 강한 편견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또 행복주택과 관련해서는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으쌰으쌰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장을) 그려 달라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했고, 기초단체의 건축 요구에 대해서는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이라고 언급했다. 환경단체를 이용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라는 취지다. 2016년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개인 책임으로 몰았다.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정의당마저 변 후보자에 대한 비판 논평을 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군의 죽음이 정말로 그저 위탁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입니까”라면서 “본인의 잘못된 과거 발언에 대해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변 후보자는 3줄 짜리 서면 사과 외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준비단 관계자는 “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SH 사장 재직 시 발언에 관한 사과의 말씀
4년 전 SH 사장 재직 시 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변창흠
4년 전 SH 사장 재직 시 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변창흠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