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스웨덴, 결국 국왕마저 “방역 실패” 인정

입력 2020-12-18 17:04
코로나19 확산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던 스웨덴 시민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

스웨덴이 집단면역에 가까운 코로나19 대책을 내놨다가 쓴맛을 본 가운데 국왕까지 나서 방역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칼 구스타브 16세(74) 스웨덴 국왕은 연례 성탄절 TV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우리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이건 끔찍한 일”이라며 정부의 미온적인 방역을 비판했다. 평소 그가 정치와 관련된 언급을 자제해왔던 터라 더욱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발언이다.

구스타브 국왕은 “스웨덴 국민이 어려운 여건에서 막대한 고통을 겪었다”며 “가족과 이별하며 마지막 따뜻한 인사를 건네지 못한다면 무척 힘들고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또한 최근 아들인 칼 필립 왕자 부부가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하는 일을 겪었다.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부부. EPA 연합뉴스

국왕은 감염이 걱정되냐는 질문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그건 아무도 원치 않는 일”이라며 방역 실패를 에둘러 꼬집었다.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엄격한 봉쇄조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집단면역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항체 보유율이 저조한 수준에 그쳤고, 특히 노인 사망률이 급증해 실패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독립적으로 조사한 ‘코로나바이러스위원회’도 지난 15일 “정부와 보건당국이 코로나19로 요양원이 초토화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인구 1000만명의 스웨덴에서는 지금까지 35만7000여명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이 가운데 790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사망자는 이달에만 1000명이 넘었고, 최근엔 하루 사망자가 70명 이상으로 정점기이던 지난 4월에 가까워지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달에야 모임 인원을 8명 이하로 제한하고, 고등학교를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 상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