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경자청, 1000억 공장 짓는데...안전감독은 뒷전?

입력 2020-12-18 15:01 수정 2020-12-18 15:46
광양만권자유구역청 내 세풍산단에서 1000억원 규모로 공장을 건립하면서 안전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작업자들의 곡예작업을 펼치는 듯 보인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하 광양경자청)이 외국인기업 투자유치 홍보에만 열을 올린 채 안전불감증은 도를 넘어 섰다는 지적이다.

해당 외국인기업이 1000억원 규모로 공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안전수칙은 물론 안전시설도 갖추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는데도 광양경자청이 관리감독의 손을 놓고 있는데 따라 대형인명사고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18일 광양경자청 등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 세풍산단 외국인투자구역 내에 1호 기업인 중국 밍타이알루미늄의 한국 공장인 광양알미늄(주)은 광양경자청의 사업 승인을 받아 지난해 12월 9일 기공식을 가졌다.

당시 기공식에는 중국 밍타이알루미늄(이하 밍타이) 차이밍커 총경리, 김호중 광양알루미늄사장, 김갑섭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이 참석했으며,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축전을 띄워 축하하는 등 성대한 행사로 진행됐다.

광양알루미늄(주)의 중국 본사인 밍타이는 전 세계 40여 개국, 2200여개 고객사와 협력관계를 맺은 중국 최대의 알루미늄 판재 포일 생산업체다.

밍타이의 가장 큰 외국인 생산기지로 개발될 광양알루미늄(주)은 세풍산단 외국인투자지역 8만2627㎡ 부지에 1000억원을 투자해 알루미늄 판재와 포일을 생산할 계획이다. 400명의 고용창출과 연 1만3000TEU 화물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광양알루미늄공장 건립 시공을 맡은 중견기업인 지역의 D 건설회사가 최소한의 안전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대형인명사고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D 건설은 토목기초공사인 터파기 과정에서 지하 10여m 굴착시 주변에 추락안전시설(안전휀스)을 설치해야 하는데도 아무런 보호막도 설치하지 않아 작업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하 기초콘크리트 파일 작업 후 만들어진 구덩이(직경 0.5m, 깊이 5m 규모) 20여 군데에는 접근금지 안전시설도 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작업자들이 보행 중 추락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31일 오후 4시40분쯤 작업자 A씨가 작업 도중 비계에서 1.5m 아래로 추락하면서 목과 어깨 등을 다쳐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또 공장 건축물 외벽에도 작업자들의 추락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그물망이 설치되지 않아 작업자들이 곡예작업에 나서다 자칫 10여m 아래로 추락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안전모 착용은 공사장 출입부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안전수칙인데도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공사에 참여하는 작업자가 즐비해 안전불감증은 이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공사현장은 사소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구조물과 자재, 작업도구 등 작업장을 정리하며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데도 무분별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공사장 입구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공사안내표지판, 안전시설표지판 등도 갖추지 않는데 따라 현장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D 건설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공사현장에 안전시설을 모두 갖추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말했다.

공사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광양경자청 관계자는 “공사현장의 안전시설 등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확인해보고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시도 공무원과 업계 관계자 등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데도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자칫 대형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통상 공사 관리감독기관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일선 현장의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공장 기공식 당시 축전을 통해 “광양알루미늄이 세풍산단 외국인투자 1호 기업이 된 것을 전남도민과 함께 축하한다”면서 “전남도민과 함께 상생·발전해 세계에 우뚝서는 기업으로 성공하길 기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광양=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