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다 추락해 숨진 고(故) 손현승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고인은 장기기증으로 3명의 목숨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내 롯데 시그니엘호텔에서 리프트 추락 사고로 숨진 노동자 손현승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손현승씨의 어머니는 의식없는 아들의 손을 잡고 “제발 눈 떠봐. 엄마 왔어. 대답해봐”라며 눈물을 흘렸다. 손현승씨의 형 또한 “동생은 바쁜 나를 대신해 부모님을 돌보고 조카들과 형수까지 챙겼다. 동생에게 아무것도 못 해줘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손현승씨는 심장과 두 개의 신장을 기증한 후 지난달 12일 사망했다. 손현승씨의 형은 방송에서 “동생의 몸이 다른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동생의 일부분이라도 살아 숨 쉰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손현승씨의 장기를 받은 수혜자는 “좋은 분 덕에 제가 새롭게 살게 되었으니 책임감 있게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손현승씨는 지난 10월 30일 시그니엘호텔 연회장에서 리프트를 이용해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던 중 리프트가 넘어지면서 6m 높이에서 추락했다. 손현승씨는 떨어지면서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쳐 뇌에 손상을 입었고,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손현승씨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
호텔 측은 작업자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손현승씨가 올라탄 리프트는 하단에 안전 지지대를 장착해 바닥에 고정한 후 사용해야 하는데, 사고 당시 CCTV를 확인한 결과 지지대를 제거한 상태로 작업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래에 있던 다른 작업자가 손현승씨가 올라탄 리프트를 밀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유족 측 변호사는 안전 지지대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연회장에는 테이블 등이 이미 배치되어 있었고, 테이블과 작업할 벽면 사이의 공간이 협소해 리프트 본체 하나가 겨우 들어갔다는 것이다. 리프트 본체에 지지대를 설치하면 폭이 약 70㎝에서 150㎝로 두 배 이상 커진다. 유족 측은 “위험을 알면서도 작업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족은 호텔 측에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호텔 측은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사업주인 현수막업체에 있다는 입장이다. 호텔은 “장소만 대관한 것”이라며 현수막업체가 호텔의 외주업체인 것은 맞지만 해당 작업은 대행사가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호텔 측은 ‘실화탐사대’에 “(사과는)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건데 아직 책임의 범위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호텔 측은 유족에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이니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현수막업체 대표와 사고 당시 함께 작업한 작업자, 호텔 직원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도 호텔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