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10가지 폐질환 찾아낸다…“영상 판독 전문가 수준”

입력 2020-12-18 12:50
인공지능 개발시스템의 작동 예. 환자 흉부X선에서 관찰되는 이상 소견의 위치 및 각 소견의 확률을 표기한다(Ptx: 기흉, Ndl: 폐결절, PEf: 흉수). 서울대병원 제공

국내에서 개발된 흉부X선 인공지능(AI) 진단시스템이 폐암과 폐렴, 기흉 등 10가지 폐질환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상 대부분의 폐질환을 진단할 수 있어 의료 AI의 진화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창민, 남주강 교수는 ㈜루닛과 함께 개발한 AI 흉부X선 진단시스템 3세대 ‘인사이트(Insight)’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3세대 진단시스템은 흉부X선 영상에서 폐암, 폐결절, 폐결핵, 폐렴, 기흉, 기복증, 종격동비대, 흉수, 폐섬유화, 심장비대 등 10가지 질환 소견을 찾아낸다. 사실상 대부분의 폐·흉곽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남주강 교수는 “3세대 인공지능 시스템은 10개 병변 각각의 이상 소견 위치와 확률을 개별적으로 표기한다”며 “이전 세대 인공지능에서는 구현하지 못한 기술로, 판독문 자동 생성의 길을 연 셈”이라고 설명했다.

진단 시스템 개발에는 환자 10만여명의 흉부X선 14만6717장이 학습됐다. 특히 인공지능 시스템과 병원의 영상 판독·열람 시스템과의 유기적 결합이 시도됐다.

이번 연구는 폭넓은 검증을 거쳤다. 2개의 외부 검증 데이터셋을 이용한 검증 결과, 영상판독 전문가 못지않은 진단 능력을 보였다.
진단 능력을 평가하는 ‘AUROC’(1에 가까울수록 우수) 측정 결과, 10개 이상 소견 전부 0.9~1의 수치를 보였다. AUROC는 양성을 찾아내는 능력(민감도)과 음성을 음성으로 판정하는 능력(특이도)을 모두 반영하는 지표다.

진단 시스템은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전 모의판독 실험에서 빛을 발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보조를 받은 경우, 영상 판독 전문가 단독으로 진단할 때보다 진단 정확도가 올랐다. 특히 기흉·기복증 등 초응급질환은 진단 정확도가 29.2%(7/24)에서 70.8%(17/24)까지 대폭 상승했다.

또 인공지능이 사전에 이상소견을 분석해 빠른 판독이 필요한 상황임을 표시함으로써, 응급 환자에서 환자의 촬영 후 진단까지 소요되는 대기 시간이 대폭 감소됐다.
특히 초응급 질환의 경우 소요 시간이 80%가량 단축됐다. 전체 판독 시간도 줄어, 판독의 효율성과 함께 환자 치료 결과의 극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응급 상황이나 과중한 판독량에 따른 전문의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창민 교수는 “인력 대비 검사량이 많아, 촌각을 다투는 응급질환에서 시의적절한 진단이 어려운 한국 의료 현실에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유럽호흡기저널(European Respiratory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