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에 비교적 가벼운 우울증을 갖고 있더라도 6년 내 치매 발병 위험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에 크게 이상이 없는데도 가벼운 우울증이 2년 넘게 지속하거나 재발할 경우 치매 위험은 더 높아지는 만큼 우울 증상 조절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대종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공동 연구팀은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아증후 우울증’이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높여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아증후 우울증은 주요 우울장애의 엄격한 진단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비교적 가벼운 우울 증상을 말한다. 국내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히 발생한다.
연구팀은 치매나 우울증 등 과거력이 없는 60세 이상 노인 4456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총 6년여 동안 2년마다 대상자의 인지기능 변화를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증후 우울증으로 진단된 노인은 정상 노인에 비해 6년 내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아증후 우울증으로 진단됐으나 인지 기능이 정상인 노인은 오히려 6년 내 치매 발병 위험이 5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아증후 우울증이 2년 이상 만성화되거나 재발한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더 상승했는데,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에서 만성 아증후 우울증이 진단된 경우 6년 내 치매 발병 위험은 무려 12배 이상, 우울 증상의 중증도가 악화된 경우에는 15배에서 최대 46배까지도 증가했다.
오대종 교수는 18일 “이번 연구를 통해 노년기에 우울증상이 나타날 경우, 비록 증상이 가벼울지라도 오래 지속되면 치매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에 크게 이상이 없더라도, 가벼운 우울증이 2년 이상 지속 또는 재발하거나 그 증상이 악화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우울증상을 조절하고 인지기능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Australian & New Zealand Journal of Psychiatry)’ 최근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