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원더우먼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특별하다. 이 캐릭터는 나를 바꿔놨으며 팬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원더우먼 1984’에서 원더우먼을 연기한 배우 갤 가돗은 이렇게 말했다. 18일 화상으로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영화 제작에도 참여한 갤 가돗은 “사랑과 희망, 그리고 결속 등 원더우먼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정말 특별한 것”이라며 “제2의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원더우먼 1984’는 1984년을 배경으로 새로운 적을 맞닥뜨린 원더우먼의 활약상을 그린다. 3년 만에 선보이는 새 원더우먼 시리즈로 황금 아머 슈트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등 볼거리들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코로나19로 굵직한 신작들이 줄줄이 연기된 가운데 연말을 겨냥해 선보이는 이 작품은 예매율 1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왜 1980년대가 극의 배경인 걸까. 전편에 이어 다시 메가폰을 잡은 패티 젠킨스 감독은 “각 시대가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는 예술이 융성했고 풍요로웠다”며 “원더우먼의 첫 영화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원더우먼의 강력한 면모만 두드러지지 않는다. 때로 원더우먼이 상처 입어 피를 흘리는 장면도 등장한다. 갤 가돗 역시 이런 변화를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아마존의 전사이자 신, 그리고 공주님이기도 한 원더우먼을 어떻게 공감 가는 캐릭터로 개발할까 고민했다”며 “강인한 모습을 연기하는 건 수월하다. 그런데 완벽하진 않고 불안감을 느끼고 연약한 원더우먼을 그리는 건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원더우먼이 그리는 로맨스에는 전 영화에서 연인으로 등장한 스티브 트레버의 귀환이 큰 공을 세웠다. 패티 젠킨스 감독은 “전화해서 출연을 요청했고 기쁘게 참여해줘서 고맙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 덕분에도 더 좋은 영화가 됐다”고 전했다.
원더우먼은 새롭게 등장한 빌런 치타(크리스틴 위그)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두 명의 여성 히어로가 화려하게 맞붙는 시퀀스가 시선을 붙든다. CG(컴퓨터그래픽)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액션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갤 가돗은 “감독님께서 강조하신 게 CG를 최대한 적게 하는 것이었다. 지상에서도 수중에서도 공중에서도 다 (실제로) 싸웠다”며 “크리스틴과 함께해 독창적이고 새로웠다. 신체적으로 쉽진 않았지만 좋은 파트너와 함께해 다행이었다”고 했다.
원더 우먼의 황금 아머도 인상적이다. 갤 가돗은 “정말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스케치를 보니 아름답고 ‘파워풀’했다”면서 “입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해 제작도 오래 걸렸다. 입기 편한 옷은 아니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영화는 코로나19 여파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들도 여럿 담고 있다. 개개인의 욕망이 쏟아져나오면서 지구는 종말 위기를 맞는다. 이 전대미문의 사태를 해결하는 원더우먼은 곧 코로나19에 신음하는 관객들에게도 위로를 전한다. 패티 젠킨스 감독은 “이 시대에 필요한 영화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팬데믹이 없다면 좋았겠지만, 이번 사태로 다른 시각을 얻게 됐다. 올해 참 힘든 한해였는데 영화가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