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두툼한 옷에 초췌한 모습… 오거돈 출석 길

입력 2020-12-18 11:34 수정 2020-12-18 11:36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로 또다시 구속 위기에 놓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했다. 지난 6월 이후 두 번째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변호인을 대동한 그는 검은색 두꺼운 방한복과 같은 색 겨울 모자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눌러쓴 모자와 마스크 때문에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으나 초췌한 모습이었다.

앞서 부산지검은 지난 15일 오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애초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3개월 만에 다시 영장 청구를 한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왔으나 강제 추행 외 또 다른 시청 직원 성추행 혐의와 직권남용, 무고 등 3개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초 업무시간 집무실에서 부하 직원을 불러 성추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강제 추행 혐의로 오 전 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돼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영장 재청구는 집무실 직원 성추행 말고 또 다른 직원에 대한 추가 범행 증거를 확보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 전 또 다른 성추행 혐의를 의심하고 수사를 벌였으나 피해자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후 검찰이 보강 수사를 통해 기존 강제 성추행 외 2018년 11~12월 부산시청과 부산시청 근처에서 다른 직원을 강제 추행하거나 시도한 혐의의 입증 자료인 녹취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 혐의는 추가 성추행과 관련해 입막음 등을 위해 직원을 다른 지역 부처로 인사조치하면서 권한을 남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고 역시 이 성추행과 관련해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가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오 시장이 강용석 변호사 등 유튜브 진행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는데, 추가 성추행이 사실이면 이는 무고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오 전 시장 측은 전날 법무법인 상유 대표인 최인석 변호사를 선임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 6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당시에도 변호를 맡았었다. 당시 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은 인정하나 구체적인 범행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오 전 시장의 이중적인 진술에 혐의는 인정하되 범행 우발성을 강조하는 ‘인지부조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