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위 무법자 ‘전동 킥보드’ 언제까지 달릴까

입력 2020-12-18 10:25 수정 2020-12-19 18:55

전동 킥보드의 인도 위 질주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인도를 종횡무진하는 전동 킥보드가 보행자들을 안전사고 위험에 빠뜨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동 킥보드는 개인 이동수단으로 인기몰이 중이지만 안전사고의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안전모를 안 써도 되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현실도 걱정이다.

만 16세 이상 면허 소지자 한정 등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이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보행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보행자들은 “인도와 횡단보도를 순식간에 가로질러 달리는 전동 킥보드가 팔꿈치를 스쳐 불안감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전동 킥보드가 도심 속 공포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운전면허가 없어도 되고 안전모 미착용에 따른 처벌조항이 사라진 탓이다. 사용자 나이가 만 13세로 낮아지면서 전동킥보드 운전 당사자는 물론 보행자의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현재 운영 중인 공유 전동킥보드는 1500여 대로 파악됐다. 전남대·조선대 등 대학가에는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대학생들이 흔하다. 지난해부터 증가추세가 뚜렷하다.

교통전문가들은 “대당 가격이 수십만 원 수준인 전동 킥보드의 이용자는 급증하는 데 비해 관련 법규가 크게 완화되면서 관련 안전사고의 증가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터리 폭발 등으로 인한 화재사건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광주·전남 소방안전본부는 최근 3년간 광주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등 전동기기 관련 화재 사건이 모두 8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6명이 숨지거나 다쳤고, 7350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실제 15일 광주 북구 누문동에서는 운행 중인 전동킥보드가 차량과 충돌하면서 킥보드 배터리와 타이어 등이 모두 불에 탔다. 소방당국의 화인 조사 결과 전동 킥보드 배터리 상자에서 처음 불이 발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9월에는 광산구 모 아파트에서 전동기기 충전 중 배터리 과충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상처를 입는 끔찍한 사고가 나기도 했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6건의 전동킥보드 화재사고가 난 전남지역은 이 중 5건이 과충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는 2016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총 17건의 전동 킥보드 화재로 사망자 2명과 3200만여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동 킥보드에 동력을 제공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나 폭발에 취약해 한 번 불이 나면 급격한 연소 확대를 불러온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크기가 작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데다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충전의 경우 배터리 내부에서 가스가 생성되기 쉬운 데다 금속 리튬이 불꽃반응에 의해 폭죽과 같이 분출돼 화재 발생 원인이 되기 쉽다.

이에 따라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장시간 실내 충전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인증 정품을 사용해 취침 시간을 피해 충전하고, 직사광선에 오랜 시간 노출되거나 고온의 환경을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겨울철 실내로 들어올 때는 배터리 내부에 결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충전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로 인한 인명사고도 적지 않다. 지난 2일 광주 동구의 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전동킥보드가 택시와 부딪혀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했다.

신체 전부가 노출되는 전동 킥보드의 특성을 볼 때 만일의 사고 때 머리를 다치기 쉬운데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처벌 규정이 삭제돼 청소년들은 안전모를 착용하지도 않은 채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또 인도 이용을 금지하고 자전거 도로와 차도 이용 시 우측 끝 차선을 이용하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 현실도 문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전국 7개 시·도 69개 지점에서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관찰 지점을 지나간 전동킥보드 1340대 가운데 63.5%(851대)가 ‘인도’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전동 킥보도의 주행코스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로 분류되면서 음주운전 처벌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범칙금 3만 원만 물면 되도록 처벌이 가벼워졌다.

전동킥보드의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 9일 국회는 도로교통법을 다시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시행시기인 내년 4월까지는 속수무책이다.

개정안은 만 16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고 운전자가 안전모 등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동승자에게 착용하도록 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새로 담았다. 하지만 재개정안이 적용되려면 내년 4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광주시 교통문화연수원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주로 타는 전동 킥보드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인도를 안방처럼 드나드는 전동 킥보드 운전자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