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내년 오스카 거론 ‘미나리’에 “아름답다”

입력 2020-12-18 10:22
영화 '미나리'. 판씨네마 제공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내년 오스카 레이스에 나선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을 지원하고 나섰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17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진행하는 FYC(For Your Consideration) 페스티벌의 하나로 정 감독과 봉 감독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대화를 소개했다. 봉 감독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영화를 찍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며 “이 영화가 향수에 젖지 않았다는 것에 더 감사하다. 여러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고 해설이나 내레이션이 없는 것이 거리를 만들고 그것이 영화를 더 아름답고 보편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정 감독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에 안고 미국으로 간 이민 1세대의 삶을 그린다.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작품성으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고 할리우드에서도 호평받으며 내년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가족이 영화를 봤냐는 봉 감독의 질문에 정 감독은 “작년 추수 감사절 즈음에 봤다”면서 “추수감사절 저녁을 망칠 거로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프리미어 상영 때보다 더 무서웠는데 가족들이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우리 가족에게 놀라운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두 감독은 주연을 맡은 스티브 연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정 감독은 봉 감독에게 “스티븐 연과 ‘옥자’에서 함께 일한 당신의 경험이 궁금했다”며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것은 물론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한다”고 답했다. 봉 감독도 “‘옥자’에서 그는 거짓말을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미나리’에서의 연기는 또 다른 수준이었다”고 화답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