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집값 다 오른 뒤 뒷북 규제…“대대적 서울 회군” 우려

입력 2020-12-17 18:12 수정 2020-12-17 22:11
“코로나로 집값 더 상승” 전망도


정부가 부산과 대구, 광주, 울산 등 4개 광역시를 비롯해 37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최근 들어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외지인 매수 증가와 가격 급등이 일어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뒷북 규제’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신규 규제지역들을 발표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부산에서는 서구·동구·영도구·부산진구·금정구·북구·강서구·사상구·사하구 등 9개 지역이, 대구에서는 중구·동구·서구·남구·북구·달서구·달성군 등 7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광주 동구·서구·남구·북구·광산구와 울산 남구·중구도 포함됐다. 경기도 파주, 충남 천안 동남구·서북구, 충남 논산·공주, 전북 전주 완산구·덕진구, 경남 창원 성산구, 경북 포항 남구, 경산, 전남 여수·광양·순천 등도 규제를 받게 됐다. 창원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금융·세제상 규제가 강화된다. 주택을 구매할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정부의 규제지역 현황(사진=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신규 규제지정 지역에서 최근 가격 상승세 확산과 외지인 매수, 다주택자 추가 매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천안의 한 아파트 단지는 8월 이후 외지인 매수가 80%를 웃돌았고,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도 8~10월 외지인 매수 비율이 16.7%에 그치다 지난달 들어 47.4%로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창원 성산구는 지난달 말 기준 아파트값이 석 달 전보다 8.67% 급등했다. 울산 남구와 창원 의창구도 상승률이 각각 7.91%, 6.09%에 달했다.

그러나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이 오히려 풍선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지방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지역 지정이 투기 자본의 ‘서울 회군’을 유도해 서울 집값이 추가 상승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나금융투자 김훈길 수석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주거용 부동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시장조사업체 RCA의 집계 자료에서도 올해 3~10월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1.1% 상승에 그쳤지만 주거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3.8% 상승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강창욱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