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의 소재가 됐던 ‘맷값 폭행’의 가해자 최철원(51) 마이트앤매인 대표가 제24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폭행 전력이 있는 최 대표의 후보 출마에 대한 체육계의 반발이 만만찮아, 향후 대한체육회의 회장 ‘인준’ 절차를 둘러싸고도 한 동안 잡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17일 서울 송파구의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협회장 선거를 진행한 뒤 최 대표의 당선을 발표했다. 선거인단 97명 중 82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최 대표는 62표를 얻어 20표를 얻은 전영덕 후보자를 제치고 제24대 대한아이스협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선거에 앞서 최 대표의 출마 자격에 대한 시비가 불거졌다. 협회 규정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부적정한 사유가 있는 자의 후보 출마를 금지한다. 그런데 최 대표는 지난 2010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시위하던 화물 차량 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한 뒤 '맷값' 명목으로 2000만원을 건네 물의를 일으켰다. 최 대표는 당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고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 사건은 이후 영화 ‘베테랑’의 소재가 되기도 했을 정도로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이에 각계에서 최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민단체 체육시민연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대한체육회 규정을 위배했다”며 최 대표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도 “시민들은 영화 ‘베테랑’을 통해 최씨의 악질적인 폭행을 영원히 기록하고 있다. 당장 회장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발표했다. 다만 협회는 “협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법적 자문을 거쳐 승인했기에 정상적 선거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공은 대한체육회로 넘어갔다. 최 대표가 선거를 통해 회장으로 당선됐더라도, 회장 인준 주체인 대한체육회가 최 대표의 과거 행위를 회장 결격 사유로 판단하면 임기를 수행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도 16일 대한체육회에 “(인준 절차에서) ‘엄격한 판단’을 할 것을 요청한다”고 간접적으로 주문한 상태다.
협회는 대한체육회 최 대표의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 말 정기총회 전에 대한체육회에 인준신청을 한단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인준 요청이 오면 규정에 따라 다각도로 검토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